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7월 뜨거운 이슈였던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도 다르지 않았다. 하청노조의 파업이 47일이나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관계부처 장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지시했고, 몇 시간도 안 돼 관계부처 장관들은 합동담화문을 내고 이튿날부터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갔다. 조선소 점거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눈치만 보고 있던 장관들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해결은 윤 대통령이 혼자 다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민의힘 의원 공부모임이라는 ‘국민공감’ 강연 행사가 있었다. 강연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수장이었던 이채필 전 장관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 정부의 노동개혁은 성급하거나 의뭉스럽다”고 다소 뜨악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초기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일 테다. 이 전 장관은 이전에도 줄곧 “개혁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인물이다.
노동개혁은 지난한 협상과 설득,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때론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선장(대통령)이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챙길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부패 척결이나 기득권 탈피 같은 당위가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지금처럼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식으로는 개혁은 난망하다는 얘기다. 장관을 믿고 전권을 주든, 노동개혁 특보(특별보좌관)를 두든 대통령실과 국회, 정부를 원팀으로 이끌 ‘항해사’가 필요한 이유다. 마치 연극이 끝난 무대처럼, 구호만 무성한 채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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