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대표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상품입니다. 대부분은 임대인이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에 대한 정보 또한 중요합니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도 임차인을 잘못들이게 되면 비용과 시간의 손해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닙니다. 깡통전세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임대인이 비난을 받고는 있습니다. 임대인이 나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지만 사실 임대인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있어야 임차인도 있는 법입니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에 대한 정보공개는 대칭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이에 상응하게 임대인이 임차인을 선별해서 받을 수 있는 임차인심사서비스(Tenant Screening Service) 또한 잘 마련됐습니다. 수백개의 임차인심사서비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 데이터에는 파산, 판결, 유치권, 신용보고서, 성범죄자 상태, 범죄 기록, 퇴거 기록 및 고용확인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됐습니다. 이를 통해 임차인을 보다 명확하게 판단하고 선택하는데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는 상호 균형 있게 공개돼 한쪽에 치우치는 사태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임대차계약법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과거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은 임차인 보호 성격이 강한 임대차 계약법이었습니다. 자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된 이후 1인가구, 고령자 가구 등 다양한 임차수요가 늘었지만 임차인 보호 성격이 지나치게 강한 차지차가법 때문에 적정한 임대주택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에 1999년 12월 상대적으로 임대인의 지위를 보장하는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법적 제약이 완화되어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 크게 성장하게 되었고 다양한 임차수요에 맞춰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증가했습니다. 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장관은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 일본의 차지차가법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선후보였던 한 국회의원도 이에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가 균형되게 공급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임대차 계약형태가 복잡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임대하는 초 단기 임대시장이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는 이미 이를 검색할 수 있는 메뉴마저 생겼습니다. 이제는 월세를 넘어 ‘주세’까지 생기고 있으니 부동산을 전공한 학자들마저 이를 따라가기 힘듭니다. 보증금이 없이 매주 임대료만 내는 주세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은 주거와 숙박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거 형태가 다양화되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역을 돌아가면서 한 달 사는 휴가와 일을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 대세가 됐다고 합니다.
월세를 넘어 주세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여전히 임차인이 약자라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고 있지만 전세반환보증보험을 제외하고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100% 완벽한 법적 장치가 없을뿐더러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됩니다.
집 없는 서민인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인 문제 해결(깡통전세)에만 집착하다 보면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질 좋은 임대주택이 꾸준히 공급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 방안입니다. 장기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제공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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