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4일 16: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2년 하반기 부동산 개발금융 시장의 화두는 '돈맥경화'였다. 개발사업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금융 시장이 얼어붙었다. 통상 개발사업은 단계가 진척될수록 사업 위험은 줄어들고 대출 조건도 나아진다. 사업 초기 토지잔금, 인허가비 등을 조달하는 브릿지론(Bridge Loan)은 이자 부담이 높지만 인허가 등을 마친 뒤 본PF(Project Financing)를 조달하면 대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시장의 현금흐름에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시장 심리를 지배하면서 모두가 신규 대출을 내주길 꺼리고 있다. 이에 본PF로 전환되지 못한 브릿지론은 시행사와 금융기관의 부실로 누적되고 있다.
게다가 개발 원가는 오르고 있어 사업성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부동산 경기는 둔화하고 있지만 토지가격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2021년 하반기부터 건설공사비가 크게 오르며 개발사업 원가 부담이 늘었다. 반면,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동반 하락으로 분양시장은 미분양 공포에 떨고 있다. 착공 후에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되는 사업장도 생기고 있다.
문제는 금융 시장과 건설업계의 침체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 10%를 넘고 있는 브릿지론 및 PF대출 금리가 올해는 5%p 가량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기관의 PF대출비용은 더 커질 전망이고, 건설사 또한 공사비 지급이 지연되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분양시장도 지방의 미분양 증가세가 수도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건설, 분양시장 모두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들어보인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채권시장 안정펀드 조성,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증권사 유동성 지원, PF보증 확대 등 유사시 금융/건설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다만, 정부 대책은 대기업 회사채, 대형 우량사업장 등 비교적 건실한 사업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개발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형 사업장, 중소 건설사는 시장 차원의 자구책에 기대야하는 상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대출 펀드 등 개발사업 자금 조달 기능을 확대해 시장의 신용경색을 해소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다만, 개발시장의 위기가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현상이 아닌 만큼,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를 아우르는 협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정책금융기관과 협회, 민간 금융기관이 공동 출자하는 부동산시장 안정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주가 급락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도입했던 증권시장안정펀드의 부동산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개발시장의 공급프로세스가 복원되려면 개발사업의 출구 전략도 마련되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시장에서 보듯 자본 시장이 참여하는 기업형 주택 임대·매매는 위기 국면에서 자산 매입을 확대하며 시장의 지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지난달 21일 민간 등록임대제도의 허용 폭을 넓히기로 한 부분은 환영할 일이다. 국민주택 규모인 85㎡ 이하의 아파트를 매입해서 임대 등록할 수 있게 하면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새로운 수요를 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펀드 및 리츠가 자본시장과 개발시장을 연결해주고, 기업형 사업자가 주택 임대사업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유인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겠다. 이러한 변화들이 동반된다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