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따른 '역전세난'으로 전세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내용증명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 세입자 유치에 실패해 돌려줄 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이다.
4일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로폼(LawForm)에 따르면 법률문서 자동작성 플랫폼에서 임대차 보증금 반환 관련 내용증명 사용량은 지난해 5월 83건에서 같은 해 11월 345건으로 급증했다. 반년 만에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주인이 만기 시점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 탓이다. 로폼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 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내용증명을 비롯해 다양한 양식의 법률문서 자동작성 시스템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내용증명이란 특정인의 의사와 주장 등을 담은 내용물을 공적기관인 우체국을 통해 증명받는 제도다. 발신자가 우편물의 기재 내용을 소송 상의 증거 자료로 삼으려고 할 때 흔히 이용된다. 로폼 관계자는 "법률문서 자동작성 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자율 인상을 기점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내용증명 사용량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요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4.4~8.5% 수준으로 연 2~3%대였던 2년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과거 전셋값이 폭등하던 시기에는 세입자가 눌러앉아 집주인이 퇴거를 종용하는 내용증명을 보낼지 고민하던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엔 반대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 때에 달라고 독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을 찾아간 서울 세입자 수는 지난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822건으로 2012년(3592건) 이후 10년 만에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로폼 플랫폼에서 작성된 임대차 분쟁 관련 내용증명 건수도 2020년 10월 기준 28건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820건으로 불었다. 대부분 보증금 미반환, 임대차 계약 해지, 임대차 계약갱신 요구나 거절, 월세 미지급 등과 관련된 내용 증명이다. 로폼의 임대차 분쟁 관련 내용증명 사용량은 지난 2년 간 누적 8969건에 달한다.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임대차 직거래 계약서도 월 평균 100건 이상 플랫폼을 통해 작성되고 있다. 로폼 관계자는 "임대차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절감할 방안을 고민하는 임대인과 임차인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