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반도체 혹한기' 여파로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난 6조원대로 급락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며, 최악의 경우 5조원대에도 턱걸이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 1분기는 더 최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4분기 이후 15년 만에 반도체(DS) 부문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까지 하나 둘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7곳이 최근 1개월래 추정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6조1510억원이다. 전년 동기(13조8667억원) 대비 54.2% 급감했다. 지난달 중순 집계한 추정치(7조9269억원)보다 눈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예상 영업익을 기존 2조6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42.3% 줄였여 잡았다. 작년 동기(8조8000억원)에서 83%나 쪼그라든 수준이다.
실적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시장 눈높이는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 3일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을 5조6000억원으로 전망했고, 이날 키움증권은 5조1230억원을 써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의 예상 영업이익이 1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66% 감소할 것"이라며 "4분기 중후반부터 고객들의 재고 조정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 예상보다 출하량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역시 수요 급감을 실적 감소 이유로 꼽았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출하량 및 가격이 모두 기존 예상을 밑돌면서 실적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작년 4분기 반도체 업황은 곡소리가 났던 3분기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의 주력인 가전·반도체 사업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중고에 반도체 시장은 지난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전례 없는 수요 절벽에 재고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8.5% 늘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은 공급업체들의 연말 경쟁 심화로 더욱 악화됐다. 판가는 하락하지만 출하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의 원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4분기에 낸드(NAND)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에는 반도체(DS) 부문 적자, 2분기에는 D램까지도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도 실적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반도체 영업익은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를 280억원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도 영업손실 695억원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영업 적자를 기록한다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