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24조5866억원으로 전년(711조8031억원)보다 87조2165억원 감소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은 조달 비용이 적게 드는 저원가성 예금이다. 금리 수준이 연 0.1~0.2%대로 낮아 연 4%를 넘는 정기예금 등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자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확보액이 많아질수록 은행 수익성도 높아진다.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에 대한 부담이 줄어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유연하게 조정할 여력이 생긴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든 원인으로 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꼽힌다. 요구불예금은 통상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투자하기 전 자금을 일시 예치해두는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에 걸쳐 2%포인트 올리면서 투자 수요가 얼어붙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54조9359억원에서 818조4366억원으로 늘어 요구불예금 잔액을 추월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각 은행의 주요 예금상품 금리도 덩달아 뛰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요구불예금 감소와 정기예금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져 은행들이 대출금리 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추가로 이용자를 유치하는 것 외에는 요구불예금 잔액을 끌어올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서 “고금리 정기예금 수요도 올 상반기까지는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아 자금 조달을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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