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끝인가요?"
4일(현시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앞에 있는 루프를 타고 난 후 적잖은 당혹감을 느꼈다. 센트럴홀에서 웨스트까지 걸리는 시간은 2분 남짓. 15분은 걸어야 하는 거리를 빠르게 왔으니 편하긴 했지만 원래 차를 타면 이 정도 빨라지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보링컴퍼니가 미래형 대중교통 시스템을 표방하며 설계한 ‘베가스 루프(loop)’는 지난해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총길이 2.7㎞였던 터널 길이가 올해 4.7㎞로 길어지고 몇 개 역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LVCC 근처에 머물렀다.
운전자가 있는 것도 여전했다. 테슬라 무인 자동차가 탑승객들을 나르는 미래적인 모습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날 센트럴홀에서 웨스트까지 함께 루프를 탄 한 캐나다 기자 역시 "당연히 무인 자동차일 줄 알았는데 기사가 있어서 놀랐다"며 "'미래가 여기 있다'고 했는데 아직 미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링컴퍼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래의 운송 수단인 하이퍼루프용 도로를 만들겠다며 설립한 회사다. 하이퍼루프는 최고 속도로 운행하면 시속 1300㎞에 달하는 미래형 운송 수단이다. 하지만 현재의 루프 상황을 보면 갈 길은 멀어보였다.
보링컴퍼니의 기술력에 대한 의문은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보링컴퍼니는 지난해 CES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그렇게 신생 회사도 아니다. 2016년 설립돼 무려 7년이 지난 회사다. 실제 성과는 많지 않다. 회사 설립 당시 LA, 뉴욕, 시카고,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전국 주요 도시에 터널을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 프로젝트가 진행된 곳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하나다. 이 역시 경험해본 것처럼 놀이기구 정도 수준이다. 실제 교통체증을 없애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뉴미디어 기업인 복스(VOX)는 "보링컴퍼니는 자신들의 기술이 기존의 방식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이고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이 터널 굴착 공정에서 어떤 형태의 혁신을 도입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보링 컴퍼니였지만 시장에서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복스에 따르면 보링컴퍼니의 기업 가치는 55억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이 역시 과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에 대한 기대감에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링컴퍼니가 시장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일론 머스크 왕국의 일부이기 때문"이라며 "다른 터널링 회사 이름을 아는 곳이 있냐"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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