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셀러는 대중화됐지만 '와인 금고'는 처음 보실걸요?"
4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의 스타트업 특화 전시장 '유레카 파크'는 CES2023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KAIST관에선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반 와인 투자 플랫폼을 내놓은 스타트업 블링커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상욱 블링커스 대표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은색 원통을 내밀었다. 처음엔 언뜻 대형 텀블러로 보였다. 멀리서 보면 대포에 실리는 포탄 같기도 했다. 정체는 와인을 낱개로 집어넣을 수 있는 캡슐 형태의 '캐리어'였다.
블링커스가 내놓은 와인 금고는 이런 개별 캐리어를 네모난 보관함 안에 꽂을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 보관함 여러 칸을 쌓을 수도 있다. 최대 1만 칸까지 쌓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블링커스는 오는 5일(현지시간) 유레카 파크에서 와인 금고를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와인 금고는 블링커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가 선보인 와인 금고는 와인을 최적의 상태로 보관해준다. 가장 적합한 온도부터 습도, 와인에 가해지는 진동의 정도, 와인이 놓인 기울기 등을 각 와인 종류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회사는 이 금고를 오프라인 매장이나 편의점 같은 곳에 비치할 계획이다. 회사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해 인증한 이용자들이 소유권을 가진 와인을 자유롭게 꺼내 마실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와인 셀러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보안'이다.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를 활용해 인증된 사용자만 금고를 열 수 있게 했다. 또 층별로 보관해야 했던 기존 와인 셀러와는 달리 '마이크로 셀러링'이 가능하다는 게 차별점이다. 박 대표는 "와인 한 병, 한 병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다"며 "개별 캐리어를 꺼내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마시기 직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문을 연 블링커스는 NFT를 활용해 와인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인 '뱅크오브와인'을 운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변하는 와인에 대한 소유권을 NFT로 만들었다. 와인을 단순 주류가 아닌 '투자재'로 접근해 와인 애호가뿐만 아니라 NFT 수집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KB인베스트먼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경험'을 강조했다. 회사가 선보인 M-NFT(Memory NFT)는 내가 어떤 와인을 누구와 마셨는지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형태의 NFT다. 내가 마신 와인의 NFT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 와인을 마셨다'는 경험을 인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셈이다. 그는 "와인을 단순히 마시고 수집하는 것을 넘어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로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 이번에 공개할 와인 금고인 셈"이라며 "CES2023을 계기로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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