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수술한 '가짜 의사'의 사기극…28년 만에 끝났다

입력 2023-01-05 14:02   수정 2023-01-05 14:08


30여년간 '가짜 의사' 행세를 한 무면허 의료인이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5일 수원지검 형사2부(양선순 부장검사)에 따르면 공문서위조, 위조 공문서 행사,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 의료업자), 사기 등의 혐의로 A씨(60)를 구속기소 했다.

의대생이었던 A씨는 30여년 전 의사 면허증 취득 없이 1993년 의대를 졸업했다. 따라서 의료행위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졸업 후 2년 뒤부터 면허증, 위촉장 등을 위조해 병원에 취업했다.

A씨가 '가짜의사' 행세를 해가며 근무했던 병원은 서울과 수원 등 전국 6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병원장들에 따르면 고용 당시 A씨가 의대에 재학했다는 이유로 그가 내민 의사면허증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A씨를 고용한 병원들은 고용보험 가입 등 비용 절감을 이유로 '미등록 의료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를 이용해 병원장 명의로 된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부여받아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해왔다. 무면허로 외과 수술도 진행하다가 음주 의료사고를 내고 급히 합의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가짜의사 행세는 그를 의심한 한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의료면허가 취소된 것"이라며 무면허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최근 8년간 A씨의 의사면허증 위조와 행사, 무면허 정형외과 의료 행위 등이 밝혀지면서 그는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기간 그의 계좌에서 확인된 급여만 5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검찰은 A씨를 무등록 고용한 종합병원 의료재단 1곳, 개인 병원장 8명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 의료업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의사면허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A씨를 병원장 명의로 진료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병원에서 단기로 고용된 의사를 무등록·무신고하면, 실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명의 및 면허 코드로 진료하고 처방전이 발급된다"면서 "이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현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의사 면허 관련 정보 공개 필요성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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