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절에도 지금보다는 비쌌다"…송도 아파트 '패닉'

입력 2023-01-06 07:27   수정 2023-01-06 09:58


인천의 강남 송도 집값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일부 집주인이 매물을 거두는 등 집값 반등 조짐을 보였지만, 금리 인상에 얼어붙은 매수심리를 극복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풍림아이원'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5억원(5층)에 팔렸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의 최고가는 2021년 10월 8억3000만원(15층)이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1년여 만에 40% 내렸는데, 호가는 더 떨어졌다. 집값 상승기 이 아파트 호가는 9억원을 넘어 10억원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4억7000만원으로 내려오며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집값이 급락하며 갭투자 액수도 줄었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5억원 전세를 끼고 5억4000만원(4층)에 손바뀜됐다. 인천 지역 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송도에 위치한 국민 평형 아파트이지만, 5000만원도 들이지 않은 갭투자로 사들인 것이다.
2006년에도 5억원 넘던 송도 아파트, 4억원대로 급락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17년 전인) 노무현 정부 시절 가격도 지금보다는 높았다"고 입을 모은다. 송도풍림아이원은 2005년 준공된 송도국제도시 첫 아파트로 준공 1년 뒤인 2006년부터 거래가 이뤄졌다. 2006년 6월 5억800만원에 손바뀜되며 매매가 5억원대에 진입했고, 그해 5억9500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실거래가나 호가보다 높은 액수다.

17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집값은 더 내려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개업중개사는 "당시 5억원과 지금 5억원의 화폐가치가 다르지 않으냐"며 "지금은 2006년의 반값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대비 2022년은 소비자물가가 1.41배 상승했다. 이를 역산하면 현재 5억원의 가치는 2006년 3억5000만원 내외로 추정할 수 있다.


지역 중개사들은 규제지역 해제 이후 낙폭이 가팔라졌다고 토로했다.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연수구는 지난해 9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고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도 풀려났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50%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70%로 20%포인트 완화되고, 다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과 함께 청약 규제도 완화된다.

규제가 풀리자 주택 거래량이 반등했고, 집값도 바닥을 다지는 기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10월 115건에서 규제지역 해제가 이뤄진 11월 187건으로 62.6% 증가했다. 거래가 늘며 급매물도 소진됐고,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매수세가 유지되지 못하면서 집값 낙폭이 가팔라진 탓이다.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6억원(33층)에 매매됐다. 규제지역 해제 이전인 지난해 10월 6억3000만원(20층)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 아파트 가격은 규제지역이 해제된 11월 6억5000만원(27층), 7억2000만원(23층)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6억5500만원(24층), 6억2500만원(27층), 6억원 등 다시 가격이 하락으로 돌아섰다. 현재 호가는 5억원대로 더 내려갔다.
주춤하던 하락세 재차 가속…"금리 상단 확인 기다려야"
같은 지역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도 지난해 4월 11억4000만원(14층)까지 올랐던 가격이 지난달 6억6000만원(36층)으로 주저앉았다. 현재는 6억원에도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인근의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전용 84㎡도 지난달 6억6500만원(23층)에 매매됐다. 지난해 10월만 하더라도 7억3000만원(10층)에 거래됐던 것이 두 달 만에 6500만원 하락한 셈이다. 현재 호가는 이보다 낮은 6억3000만원부터 시작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집값은 규제 완화 직후인 지난해 11월 셋째 주 0.9% 하락을 기록해 전주 대비 낙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낙폭이 재차 확대됐다. 규제지역 해제 이후 최근까지 8.42%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해제만으로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듭된 금리 인상에 차주들이 이자 부담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원리금 상환액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출받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근본적인 원인인데, 규제지역 해제 등의 국내 정책으로는 상쇄하기 어렵다. 금리 상단을 확인하는 시점까지는 매수세 위축과 거래절벽,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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