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무인기가 비행금지 구역을 스치고 지나간 수준”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태도가 안이하기 짝이 없다. 군은 침범 지점 등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2~3㎞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추정돼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 청사를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가정보원은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 안보 중추 시설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인데 군은 어떻게 그렇게 자신할 수 있나.
군당국이 무인기가 5시간 동안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녔을 때 “서울 북부지역에 들어왔지만, 비행금지 구역 진입은 없었다”고 했다가 10일 만에 판단을 뒤집은 것도 문제다. 야당 국회의원의 비행금지 구역 진입 주장에 군당국은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얘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정보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 검증도 하기 전 무엇을 믿고 덜컥 발표부터 했나. 일단 덮고 보자는 의도이든, 아니든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한 꼴이다. 단 한 대의 무인기도 격추하지 못해 안보 불안을 가중시킨 마당에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가 큰 손상을 입게 됐다.
최근 몇 년간 보여준 군의 불신 사례는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에만 전투기 6대가 추락했다. 미사일이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떨어졌고 발사 후 실종, 자폭도 잇따랐다. 북한 군용기 시위에 대응 출격한 첨단 스텔스 전투기에 실탄이 아니라 이른바 ‘공갈탄(교육용 탄약)’만 장전했다. 실전이었다면 아찔하다. 철책·목선 노크 귀순, 잇따른 군내 성범죄 등 기강 해이는 군대라고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아무리 비싼 무기를 손에 들고 있다고 한들 기강이 엉망이면 별 소용이 없다. 군이 망가진 것은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라며 훈련을 없애 대비 태세를 약화시킨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질 만큼 눈앞의 안보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환골탈태 각오로 군 작전과 기강 등 전반을 점검해 바로 세우고,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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