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한 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대통령관저를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해 종로 일대까지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그동안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사건 발생 10일 만에 판단을 뒤집었다. 언론과 야당에서 P-73 침범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달았는데도 군당국이 이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의 부실한 정보 분석 능력과 대응을 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P-73은 대통령실과 대통령관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반경 3.7㎞ 구역으로, 용산뿐 아니라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한다. 합참은 “적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지난 것은 아니고, 용산이 뚫렸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동안 국방부 및 합참은 북한 무인기의 P-73 침투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합참은 지난달 29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적 무인기는 P-73을 침범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고도 했다.
합참은 1주일 만에 사후 검열 과정에서 그동안의 판단을 수정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실과 군에 따르면 무인기의 서울 침범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레이더가 항적 일부를 포착했지만, 띄엄띄엄 점으로 잡혀 군 작전요원들은 이를 무인기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후 전비태세검열을 시작해 항적을 다시 따져봤고, 지난 1일 무인기가 P-73을 통과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군은 교차 검증을 거쳐 3일 최종적으로 P-73이 침범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으로 들어온 사실은 국민이 알고 있는 사항과 다르니 바로 공개하고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비태세검열이 완료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P-73 침범’을 주장한 것과 관련,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자료를 어디서 입수했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30분만 투자하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것을 모르는 대통령실이 4성 장군 출신 의원에게 황당한 공격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합참 관계자는 “거리와 고도, 적들의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촬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무인기 침투 당시 ‘작전 실패’라는 비판을 받았던 군은 정보 탐지 및 판단 능력에 대한 불신도 자초했다. 서울지역에 침투한 무인기 대응 작전에 실패한 데 더해 레이더에 포착된 점들을 1주일 넘게 무인기로 판단하지 못한 만큼 합참 작전·정보라인의 대폭 ‘정비’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현/김인엽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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