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예상보다 더 추웠다…삼성전자, 역대급 '어닝쇼크' [종합]

입력 2023-01-06 09:32   수정 2023-01-06 09:51


그야말로 '어닝 쇼크'(실적 충격)다.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도는 부진한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6조원대 턱걸이가 예상됐던 영업이익은 5조원은커녕 4조원대로 추락했다. 그나마 연간 매출액이 300조원을 돌파해 체면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0%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0조원으로 8.58%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혹한기'를 충분히 반영했다던 증권가 추정치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을 6조원대 초반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 골드만삭스는 5조800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혹한기'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중고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설명 자료'를 냈다. 확정실적 발표일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고, 실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업별 실적 하락 요인을 상세하게 안내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며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되며 전사 실적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메모리 사업은 글로벌 고금리 상황 지속과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했다. 이에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대폭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소진 압박 심화로 가격이 분기중 지속적으로 하락해 가격 하락폭도 당초 전망 대비 확대되며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경험(MX)의 경우도 매크로 이슈 지속에 따른 수요 약세로 스마트폰 판매·매출이 줄면서 이익이 감소했다"며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설명처럼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전례 없는 수요 절벽에 재고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비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의 주력인 가전·반도체 사업이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 예상 영업익이 1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66% 감소했을 것"이라며 "4분기 중후반부터 고객들의 재고 조정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 예상보다 출하량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역시 수요 급감을 실적 감소 이유로 꼽았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출하량 및 가격이 모두 기존 예상을 밑돌면서 실적 하락폭이 컸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도체 한파 속에서도 연매출은 예상대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이자 국내 기업사에도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01조7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3% 증가했다. 연간 영업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0%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매출액은 이보다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증권업계 추정 올해 연간 매출액은 301조1248억원, 영업이익은 32조1523억원이다. 반도체 한파에 실적이 크게 꺾일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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