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이유는 참 다양했다. 조국 영공 수호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있었다. 마천루(摩天樓,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고층 건물)의 뜻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셈이다. 석촌호수 일대 지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괴담’도 당시엔 실제처럼 회자했다.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방송에 롯데월드타워가 등장했다. 홍콩은 페닌슐라 호텔, 상하이는 W 테라스 호텔에서 치러진 새해 카운트타운 행사가 방송을 탔다. 매년 등장했던 도쿄의 세시풍속을 담은 화면은 올해 생략됐다. 아시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부를 수 있는 곳만을 엄선해 새해 풍경을 담은 셈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사명 하나로 수십 년의 세월을 견디며 롯데월드타워를 완성했다. 그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해외 관광객들은 매년 새해가 되면 롯데월드타워의 불꽃 축제를 보러 잠실 일대로 모인다. 롯데월드타워는 수도 서울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우뚝 섰다.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건축물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롯데월드타워·몰 누적 방문객은 4억명에 육박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매년 약 5백만 명이 다녀가는 등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주목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롯데월드타워 일대가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타워 오픈 이후 방이 먹자골목, 송리단길 등 인근 상권 방문객이 약 20% 증가했고, 매출도 약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가을 8년 만에 다시 석촌호수에 뜬 러버덕을 보기 위해 국내외 관람객 650만 명이 다녀갔다. 재전시를 기념해 한국을 찾은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가도 러버덕 오프닝 행사에서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반 두케 콜롬비아 전 대통령 등 해외 국빈과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FC 선수단, 영국 왕실 근위대 군악대 등도 롯데월드타워를 찾았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영화 ‘탑건: 매버릭’의 레드카펫 행사도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돼 톰 크루즈를 포함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방문했다.
에듀테크 기업인 디쉐어, HR테크 기업 원티드랩 등 유망 스타트업들도 롯데월드타워에 둥지를 틀고 있다. 유한킴벌리를 비롯해 데상트코리아, 한국다케다제약, 유코카캐리어스 등 글로벌 기업들 역시 롯데월드타워를 한국 오피스로 선택했다. 타워 오피스는 오픈 4년 만인 2021년에 임대 100%를 달성했다.
롯데월드타워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하나둘 월드타워에서 짐을 싸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롯데마트와 슈퍼 본사는 월드타워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 오피스 건물에 입주해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영화관 등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본사도 사무실 규모를 줄여 일부 인력을 외부로 보냈다”고 말했다.
올해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3주기(1월19일)다. 12일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각 계열사 대표는 상반기 사장단 회의(VCM)를 열기 전,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창업주 흉상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신격호 창업주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회사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또한 혁신하는 용기다”
암울한 일제 식민지 시대에 맨손으로 현해탄을 건너 사업을 일군 ‘청년 신격호’는 기업으로 나라를 구한다는 기업보국의 일념으로 롯데그룹을 재계 5위로 성장시켰다. 롯데월드타워는 세계 1등을 향한, 굴하지 않는 그의 기업가정신을 웅변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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