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 이름이 어때요? 외국인에게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까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은행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의 이름을 설명하는 그래픽을 가리키며 물었다. 연두색 집업 위에 자켓을 걸친 편한 차림으로 나타난 조 회장은 부스를 둘러보는 내내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신한은행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핀테크 분야 기업으로 참여해 시나몬 전시 부스를 차렸다. 세계 기술 혁신의 방향을 보여주는 CES에 국내 은행이 단독으로 전시 부스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나몬은 신한은행이 전 세계 금융사 최초로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예금 대출 외환업무 등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금융거래를 담당하는 은행의 핵심 시스템 '계정계'를 메타버스에 그대로 연결시켰다. 제도적 환경만 갖춰지면 소비자들은 현재 은행 지점이나 신한은행 앱 '쏠'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시나몬 메타버스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
시나몬은 2021년부터 2년간의 개발 작업 끝에 완성됐다. 처음 메타버스 사업 추진 팀을 꾸릴 때부터 "금융 연계 메타버스 영역을 선제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조용병 회장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나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듯 조 회장은 CES 2023 개막 첫날인 이날 오전 10시 전시관의 문이 열리자마자 시나몬 부스를 찾았다. 부스에 마련된 태블릿 PC로 시나몬을 체험하면서 실무자에게 메타버스 금융 현실화를 위한 제도적 진전 현황을 묻기도 했다.
조 회장은 시나몬 개발을 추진한 데 대해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가야 할 방향"이라며 "당장 상용화가 어렵고 이익이 안 되더라도 직원들이 앞장서서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리더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나몬 개발 초기 예산은 10억원이었는데, 자율권을 줬더니 17억원을 썼더라"며 웃기도 했다.
조 회장은 시나몬을 제외하고 중점적으로 둘러볼 곳으로 신한퓨처스랩·신한스퀘어브릿지 출신 스타트업들을 꼽았다. 신한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스퀘어브릿지의 지원을 받은 버시스 알고케어 뉴라이브 에이아이포펫 등 16개사는 올해 CES 2023 혁신상도 수상했다.
오는 3월 용퇴하는 조 회장은 "지난 6년간 스타트업 지원에 정말 많이 공을 들였는데 그 스타트업들이 CES에도 왔으니 정말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물러나는 소회에 대해선 "오늘은 시나몬을 만든 직원들이 주인공"이라며 손을 저었다.
라스베이거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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