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사진)가 6일 경기도청의 수석, 실·국장 등 고위공무원과 산하기관장, 도정자문위원을 모아 '끝장 토론'을 개최했다. 해커나 개발자들이 짧은 시간 집중적 토론과 논의를 통해 내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해커톤(hacking+marathon)' 처럼, 민선 8기 경기도를 대표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정책 마라톤'이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장 시절 MB의 '청계천 재개발'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기본, 무상 시리즈' 정책처럼 김 지사를 대표할 정책을 도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 지사와 도 고위공직자 80여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2023 기회을 열다. 워크숍'을 열었다. 김 지사는 이 행사가 '관성과 타성을 깨는 혁신 도정을 실천하기 위한 장'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김 지사는 앞서 공직자들에게 "자료 준비도 하지 말고 휴대폰도 없이 오라"고 했다. 실국장들의 회의에 해당 부서 직원들이 각종 자료, 휴대폰 메지지로 뒷받침하는 '관행'을 깨기 위해 워크숍에 앞서 '부서 직원들은 야근 없이 전원 퇴근 시켜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SNS에 올린 실국장 워크숍 관련 글에서 "변화를 위해선 익숙함을 깨야한다"며 "절박한 마음으로 새롭고 혁신적 정책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끝장 토론은 절박한 변화가 필요할 때 리더들이 종종 동원하던 방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 규제개혁 끝장 토론을 벌이고 이를 생중계했다. 삼성전자도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밤샘 끝장'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김 지사도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동안 종종 끝장 토론을 카드로 꺼낸 적이 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토론식 업무보고를 받았고, 장관 재임 시절엔 혁신성장을 위한 내부 토론회를 열었다. 김 지사는 당시 "여러 국실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종합적 시각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회경기 워크숍은 공약 사항인 5대 기회패키지 정책의 세부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정책 청사진'과 '시그니처 정책 발굴하기' 등 두 가지 세션으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기회수도 경기'라는 키워드를 꺼내들면서 상향 이동이 가능한 기회의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기회수도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기회 패키지 정책 중 장애인과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기회소득을 제외한 다른 정책(기회사다리·기회안전망·기회발전소·기회터전)은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기회패키지에 무게를 더할 구체적 방안을 이번 '정책톤'을 통해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도청 직원들은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한 팀장급 직원은 "야근도 하지말고 준비도 하지 말라는 김 지사의 당부가 인상적이었다"며 "다른 실국장 회의 처럼 관련 내용을 실제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을 앞둔 한 국장급 인사는 "준비하지 말고 생각을 나누자고 했지만, 다들 뭔가 만들어내야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며 "관행을 깨자는 김 지사의 말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숙제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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