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스·빈폴 힙해보여"…추억의 브랜드에 꽂힌 MZ

입력 2023-01-06 17:44   수정 2023-01-16 16:59

프로스펙스가 첫선을 보인 건 1981년 11월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전신인 롯데쇼핑센터에 1호점을 열었다. 올해로 43년 차인 프로스펙스가 최근 서울 여의도, 성수동에 이어 대구 동성로에도 ‘오리지널 스포츠’라는 이름을 걸고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를 열었다.

올해로 브랜드 탄생 46년 차인 스튜디오 톰보이의 성수동 팝업스토어엔 젊은 패셔니스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톰보이 운영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작년 11월 문을 연 성수 체험형 매장 방문객의 90%가량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성수동에 둥지 트는 ‘올드 보이’
복고 열풍은 불황기의 상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에도 ‘80년대 패션’이 소환되곤 했다. 이번 복고 열풍에서 주목할 만한 건 토종 장수 브랜드의 귀환이다. 프로스펙스, 빈폴, 스튜디오 톰보이 등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MZ세대에는 새로움을, 기성세대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년 남성들의 추억의 신발로 잊히는 듯하던 프로스펙스는 요즘 현대적 감성으로 갈아입고 MZ세대 사랑을 받고 있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만 공개한 프로스펙스의 ‘OS 바시티 레터맨 재킷’은 나오자마자 완판됐다. 그 덕분에 2주 공개된 이벤트 매장엔 약 8000명이 다녀갔다.

프로스펙스는 특유의 제품력 하나로 신발 시장의 한 축을 굳건히 차지해왔다. 한국인의 발에 맞는 신발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은 물론, 특화된 전문성으로 한국 스포츠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그니처 워킹화인 ‘블레이드 BX’는 프로스펙스가 축적한 기술력이 집약된 ‘걷기를 위한 운동화’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돌아돌아 다시 복고 열풍
트래디셔널 브랜드에선 빈폴과 헤지스의 귀환이 올해 패션 시장의 흥미로운 ‘사건’이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는 빈폴의 광고 카피가 숱하게 패러디될 정도로 빈폴은 젊은 세대에게 새롭게 ‘어필’하고 있다. 빈폴은 최근 M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그래서 우리는 빈폴을 입지’를 슬로건으로 새로운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채널에서 공개했다.

올해로 23년 차인 헤지스 역시 2018년 서울 명동에 ‘스페이스 H’라는 랜드마크 매장을 연 데 이어 ‘헤지스 아이코닉’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며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트래디셔널 브랜드에서 뭘 사면 되지’라는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카라 셔츠, 꽈배기 니트 등 대표 디자인에 특화한 상품을 내놨다.

여성복 시장에선 톰보이가 2030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1990년대 초 당시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에게 도발적인 이미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톰보이는 지난해 초 배우 김다미를 브랜드 전속모델로 발탁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톰보이를 인수한 이후 유명 연예인을 여성복 모델로 기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대적 감성과 가치를 담은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가치 소비와 뉴트로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서고 있다”며 “오랜 시간 브랜드와 성장을 함께해 온 중장년층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 올드 브랜드의 장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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