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수개월 새 거래가가 30% 이상 급락한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는 ‘1·3 부동산 대책’ 등 전방위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집값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시장 상황은 전형적인 하락장의 모습으로, 하반기까지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100명에게 ‘2023년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응답자 87명이 올해 집값이 작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합’(8명) 응답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95%가 올해도 집값이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락’을 전망한 응답자의 40.2%는 올 하반기까지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하락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답변도 34.5%에 달했다. 응답자의 3분의 1(31%)은 올해 집값이 10% 넘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률(4%·국민은행 집계)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통상 집값 하락기 1년차보다 2년차에 하락세가 더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매매가격 하락 전망의 이유로 ‘금리 인상’(50.6%)을 지목한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미분양 주택 증가와 투자 수요 위축(20.7%) △실물경제 전반 위축(18.4%) △집값 급등에 따른 버블 붕괴(10.3%)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 집값을 결정 지을 핵심 변수로도 ‘금리 인상’(60%)과 ‘실물경제 향방’(20%)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변동성이 줄어들더라도 금리가 가장 큰 변수이고 비관론이 커지고 있는 실물경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대출, 세제 등 정부가 공언한 규제 완화 이행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020~2021년 20·30대 ‘영끌족’이 중저가 아파트를 집중 사들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꼽은 응답자가 17.2%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 매매가격(한국부동산원 집계)은 각각 12.02%, 11.8% 떨어져 서울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도·강에선 대출이자 부담 증가와 집값 추가 하락 우려로 ‘패닉셀(공포 투매)’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전셋값은 ‘작년보다 5% 이상 하락할 것’(48%)으로 내다본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55.8%), ‘고금리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 심화’(36%), ‘아파트 공급 물량 증가’(8.1%)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 규제와 세제를 추가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3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완화를 선택한 응답자도 34%에 달했다. ‘서울 규제지역 추가 해제’(10%)와 ‘임대차 3법 폐지’(9%)가 뒤를 이었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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