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최근 실적 추정치가 많이 내려갔지만 4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한 증권사는 별로 없었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한 가장 큰 원인으론 예상보다 깊은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꼽힌다. 수요가 줄고 공급은 넘치는 상황에서 제조사, 반도체 유통사, 수요업체 모두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보니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은 “지난해 4분기에 삼성전자의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20%, 낸드플래시는 30% 하락했다”며 “가격 하락폭이 당초 예상보다 컸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날 잠정 실적이 공개된 뒤 NH투자증권은 DS부문의 영업이익을 6040억원, 하이투자증권은 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낸드플래시 사업은 ‘적자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기 영업이익은 2012년 1분기(7800억원) 후 약 10년간 1조원을 꾸준히 넘겨왔다.
지난해 8월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의 신제품 효과가 약해졌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전자기기 수요 감소에 따라 스마트폰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5800만~6100만 대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본다. 업계에선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을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전 분기(3조2400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TV와 가전 사업에 대해서도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 실적이 원자재값과 물류비 상승 등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거둔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중국 생산 차질로 출하량이 예상보다 부진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JP모간은 “올 상반기에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지고 가전 수요도 약해질 것”이라며 “내년이 돼야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설비투자 계획을 줄이지는 않겠지만 가동률은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하반기엔 업황 사이클이 반등하는 신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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