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올해 열린 CES 2023에서는 최근 몇 년간 화제였던 대체육이 자취를 감췄다. 빈자리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기업들이 채웠다. 농업의 자동화를 실현해줄 로봇들과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기 위한 기술들이다.
아그리스트를 만든 준이치 사이토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고령화로 농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아그리스트에 따르면 일본 농부들의 평균 연령은 67세로, 인력이 부족한 탓에 작물을 수확하는 데 전체 노동량의 50% 이상을 쓴다. 때문에 수확을 자동화하면 농업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사이토 CEO의 판단이다.
프랑스의 농업 전문 스타트업 메로피(Meropy)는 밭 작물을 모니터링하는 소형 정찰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질병과 잡초, 해충 등을 감지한다. 메로피 담당자는 “2023~2024년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밭에만 가능하지만 모든 토질에서 작동하도록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 루모(LUMO)는 농작물에 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스마트 관개 시스템을 개발했다.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밸브를 통해 평소 물을 절약하고, 가뭄 등의 상황에서도 논과 밭에 물을 댈 수 있다. 최대 600야드(약 550m) 거리까지 하나의 밸브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심플랩스는 나파밸리에서 탄생한 기업이다. 올해 나파밸리 뿐 아니라 전 세계 와이너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술을 소개했다. 와인 모니터링 시스템인 ‘Cogni’다. 심플랩스의 측정기를 통에 부착하면 와인의 알코올 농도와 산도, 그 외 온도와 습도 등을 측정해 와이너리들이 설정한 범위를 넘어설 경우 경고 알람을 보낸다.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학으로 관리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네덜란드 식품기업 원써드(OneThird)는 AI 신선식품 스캐너로 과일과 채소가 얼마나 익었는지 측정해준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농가에서 납품받는 농작물 중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빠르게 상해, 매대에서 소비자에게 팔리기 전 버려지는 농작물의 양을 줄이자는 취지다. 한국 기업 누비랩은 인공지능(AI)으로 음식과 잔반을 측정 및 분석하는 스캐너를 전시했다.
대체육은 일반 고기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반면 식감과 향이 아직 다르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대체육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비건 치즈와 비건 우유 등 다른 대체식품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CES 2023의 푸드테크 부스에서 한국 기업 널담은 비건 우유와 비건 치즈, 비건 빵 등을 시음할 수 있게 했다. 이 부스에는 외국인 참가자들이 다수 몰렸다.
널담 관계자는 “비건 우유의 경우 마카다미아를 사용해 우유와 흡사한 흰색을 냈다”며 “대체육 시장이 일시적으로 부진하지만 대체식품 분야는 점점 확장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분명히 성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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