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지난해 6월 삼성 3nm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은 20% 미만이었다. 일부 웨이퍼는 10%에 불과하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수율 개선은 쉽지 않다.
최근 한 대만 매체가 삼성전자의 최첨단 3nm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술력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유망 신사업'으로 꼽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의 경쟁사는 대만의 TSMC다.
이 보도대로라면 삼성전자 3nm 라인에서 생산된 반도체 100개 중의 80개 이상은 '불량'이라서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즉 20개 미만의 칩만 쓸만하다는 것이다. 또 삼성이 앞으로도 불량품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이 보도의 핵심이다.
TSMC에 대한 평가는 딴판이다. TSMC는 최근 3nm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이 매체는 'TSMC 3nm 공정(N3)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소 60~70%, 최대 75~80%에 달한다. 1차 물량치고는 상당히 좋은 것'이라고 적었다. TSMC가 3nm 공정에서 칩 100개를 만들면 80개는 양품이고 20개만 버린다는 의미다.
'비즈니스넥스트'란 정체불명의 대만 매체가 보도한 이 내용은 블로그와 매체의 중간쯤에 속해 있는 '폰아레나' 같은 사이트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보도 내용은 사실에 가까울까.
"삼성전자 3nm 1세대 공정 수율은 '완벽한 수준'"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정에 정통한 반도체업계 관계자에게 3nm 수율에 관해 물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Gate All Around, 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 기술을 적용한 3nm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이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3nm 1세대 공정의 수율은 완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삼성전자는 3nm 2세대 공정도 개발 중"이라며 "개발 중인 공정의 수율을 말하는 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삼성전자 3nm 공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nm 공정부터 새로운 GAA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의 성과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형태의 구조다.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TSMC 3nm 수율이 80%? 터무니 없다"
반면 TSMC의 3nm 수율이 최대 80%에 달한다는 보도에 대해선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업체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쟁사의 수율을 파악한다"며 "국내 반도체업계에 알려지기론 TSMC 3nm 공정의 현재 수율은 높게 잡아도 '50% 미만'"이라고 평가했다.근거로는 TSMC 3nm 공정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신형 칩 출시 일정이 밀리는 것을 들었다. 애플은 아이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A17'을 TSMC 3nm 공정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그런데 A17 양산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TSMC의 3nm 공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대만 매체들이 근거 없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깎아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7월 대만 IT 전문매체로 알려진 디지타임스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5nm 문제에 직면'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가 5nm 공정 수율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5nm 공정 제품을 양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수주한) 퀄컴의 최신 5nm 모바일 칩은 내년까지 시장에 출시되지 않거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TSMC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또 삼성전자가 TSMC와 기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4nm 공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3nm 공정으로 직행한다"고 보도했다. TSMC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과거 악의적 보도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
사실이었을까. 당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삼성 5nm EUV(극자외선) 공정은 2020년 2분기에 양산을 시작했고 고객 기반 확대를 통해 2020년 하반기에 양산을 늘릴 계획"이라며 "5nm 공정의 수율은 계획대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실제 삼성전자는 5nm 공정을 통해 퀄컴의 스냅드래곤 최신형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자사 AP인 엑시노스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또 삼성전자가 4nm 공정에서도 칩을 양산했다. '건너뛰었다'는 보도는 사실과 완전히 달랐다.
이후에 또 악의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대만 매체들은 "삼성전자 4nm 공정의 수율이 35%에 불과하다"며 "TSMC의 수율은 70%에 달한다"고 적었다. 삼성전자는 실적설명회에서 "4nm 수율이 낮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화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경쟁 치열해지면 삼성 깍아내리고 TSMC 지원
대만 매체들은 왜 삼성전자를 깎아내릴까. TSMC를 지원 사격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매체들의 악의적인 보도가 집중되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의 새로운 공정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기와 겹친다.TSMC는 여러 차례 3nm 공정 양산을 미루다가 최근에서야 '양산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했다. 떠들썩하게 기념식도 열었다. 삼성전자와 TSMC는 3nm 공정 고객 확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상황이다. 파운드리업계의 최고 관심사는 미국 팹리스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 AP를 두 회사 중 어떤 곳에서 생산할지 여부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매체들은 TSMC에 대한 찬사와 동시에 삼성전자를 흠집 내는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2년 전 삼성전자의 5nm 수율에 대해 디지타임스가 보도했을 때도 엔비디아, 퀄컴의 생산 물량을 놓고 삼성전자와 TSMC가 수주전이 한창이었다. 당시 대만 매체들의 악의적인 보도에도 삼성전자는 퀄컴과 엔비디아의 핵심 칩 물량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엔비디아와 퀄컴은 '복수 파운드리' 선정 전략을 쓰기 때문에 칩을 모델별로 삼성과 TSMC에 나눠 맡긴다.)
D램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에 밀려 망한 대만 기업
최근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각국이 경쟁을 벌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대만은 TSMC, ASE(세계 1위 후공정 업체) 등 파운드리와 패키징 경쟁력을 앞세워 반도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대만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앞세워 1인당 국내총생산(GDP) 관련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해 직접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3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대만인이 노력하고 정부가 경제구조를 개선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근거한 발언이다. 지난해 대만 1인당 GDP 예측치는 3만6050달러로, 3만4990달러인 한국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국민기업 TSMC가 삼성전자에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현지 매체의 보도에도 묻어난다는 평가다. 대만은 삼성전자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도 갖고 있다.
대만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은 2007년과 2010년 삼성전자와 치킨게임을 벌였다. 대만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과 연합해 적자를 감수하고 생산량을 늘렸다. D램 가격은 폭락했다.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기술력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버텼다. 버티지 못한 일본 엘피다가 2012년 파산했고, 대만 난야, 파워칩 등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살아남은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업체가 됐다.
반도체 세제지원 강화에 미온적인 야당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정부와 기업, 언론이 한 마음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대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국회는 반도체 시설투자 공제율을 6%에서 8%로 2%포인트 올리는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22일 통과시켰다. 미국, 대만 등 반도체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국가들과 '반대로 간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획재부에 세제 지원 확대 검토를 지시했다. 기재부는 부랴부랴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다.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실현할 수 있다. 여당 국민의힘은 세액공제율 상향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법안 통과 일주일 만에 재개정을 하자는 건 법안을 너무 쉽게 뒤집는 것"이라며 "추후 여당과 논의해 보겠다"는 유보하는 태도를 밝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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