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안 자도 괜찮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규칙적으로 자는 게 중요한 거죠."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만난 클리트 쿠시다 스탠퍼드 수면센터장은 "잘 자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스케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쿠시다 교수는 세계수면학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수면 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몸담은 스탠퍼드 수면센터는 1970년대 세계 최초로 생긴 수면센터다. 세계 최초이자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수면센터다.
수면 연구 전문가가 CES 2023을 찾은 이유는 글로벌 수면 테크가 급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쿠시다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수면 환자들이 급격히 늘어 수면 시장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슬립테크 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이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산업 시장은 지난 10년간 5배 넘게 커졌다. 2011년 4700억원에서 2015년 2조원으로 성장한데 이어 지난해 3조원대로 확대됐다. 글로벌로 보면 그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프로프쉐어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세계 수면 산업 시장은 2026년 14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수면 치료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쿠시다 교수는 "기존에는 수면에 대한 치료가 병원에서 이뤄졌지만, 개인의 수면에 대한 인식이 올라갈수록 병원뿐 아니라 집에서 정보를 취득하고 개선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수면 산업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반인이 잠을 잘 자기 위한 몇 가지 조언도 해줬다. 먼저 규칙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쿠시다 교수는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정하고 규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명도 중요해서 일어났을 때 빛을 5분 정도 충분히 쬐고, 자기 전에는 서서히 약해지는 조명을 사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또 20분 이상 잠이 들지 않는다면 계속 자려고 하기보다 책을 읽거나 명상하면서 졸릴 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낮잠을 안 자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더라도 30분 이상은 자지 말라"고 말했다.
밤에 꼭 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규칙적으로 밤에 일하고, 낮에 잔다면 그 역시 상관없다"며 "대신 꾸준히 계속해서 그 습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이 안 올 때 수면제나 멜라토닌을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도 했다. 쿠시다 교수는 "3~4일 정도 수면 장애가 이어질 때 약을 먹지 않으면 오히려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멜라토닌이나 처방받아 약 먹는 것 고려할만하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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