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업계가 연초부터 경영권 위협에 떨고 있다. 세계 4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와 행동주의펀드 간 경영권 분쟁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부 바이오벤처는 주가 하락 등으로 뿔난 소액주주의 집단행동에 대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강성부 펀드, 오스템 3대주주로
8일 업계에 따르면 투자목적회사 에프리컷홀딩스는 지난 5일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6.57%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21일 주요주주(5.58%)로 깜짝 등장한 지 불과 2주 만에 지분 1%를 더 모았다. 에프리컷홀딩스는 오스템임플란트 창업자인 최규옥 회장(20.6%)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7.18%)에 이은 3대 주주가 됐다.관심을 끈 건 에프리컷홀딩스의 정체다. 에프리컷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한진칼을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였던 강성부 대표의 KCGI다. 에프리컷홀딩스는 ‘경영권 영향’을 지분 보유 목적으로 명시해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업계에선 에프리컷홀딩스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 주주제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작년 하반기부터 특정 주체(기타법인)의 지분 매입이 집중되자 경영권 공격 가능성에 촉각을 세워왔다. 2215억원 규모의 역대급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등을 빌미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나서는 세력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에프리컷홀딩스의 움직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강성부 펀드가 과거 어떤 패턴의 전략을 펼쳤는지 분석해 놨다”고 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 횡령 사건으로 인한 주가 하락 손실을 보상하라는 주주 집단소송까지 당했다.
소액주주들 “경영진 물러나라”
소액주주의 집단행동에 몸살을 앓는 바이오벤처도 한둘이 아니다. 신약 개발 업체 오스코텍의 주주 3명은 최근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했다. 소액주주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시도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과거 코스닥 상장사의 소액주주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인물로 알려졌다. 오스코텍 최대주주인 김정근 대표의 지분율은 12.57%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주총 표 대결에 대비해 위임장 확보에 나서겠다”고 했다.진단업체 휴마시스도 소액주주들과 씨름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대박을 냈지만 경영진이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현 경영진을 아예 회사에서 몰아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차정학 대표(6.97%)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7.65%에 불과하다. 소액주주 중 한 명은 지분 5% 이상을 확보해 경영참여 공시도 냈다. 다음달 임시 주총에선 소액주주 측이 제안한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건 등이 논의된다.
아이큐어 소액주주들도 대규모 자금 조달로 인한 주가 하락 등의 책임을 물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7% 수준에 그친다. 분자진단 업체 파나진의 소액주주들은 최대주주인 김성기 대표(12.72%)보다 많은 지분율을 확보해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주주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해온 것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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