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라운지] 첫 구직 시즌을 마치며…

입력 2023-01-08 17:30   수정 2023-01-09 00:17

“취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어느덧 석 달이 넘었다. 모기업 최종 면접을 끝으로 2022년도 하반기 채용도 내 손을 떠났다. 면접을 본 지 어느덧 2주일이 흘렀고, 그사이 대부분의 기업은 최종 결과 발표를 마쳤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삼성전자의 대졸 채용 결과 발표였다. 내 친구들도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신분 불문 여럿이 썼다고 들었다. 그중 최종에서 떨어졌으니 약속을 잡을 수 있다고 연락해 준 친구와 만났다. 현재도 직장인인 이 친구는 퇴사의 꿈을 당분간 접겠다고 했다. 대신 유튜브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게 조언을 구했다. 그런 한편 깜깜무소식인 친구도 있는데, 먼저 연락하기 조심스럽다. 지난 한 해 수고한 우리를 위해 축배를 들어도 모자랄 판에, 어째서 자꾸만 움츠러들게 되는 걸까?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1년이 지나서야 취업 준비 전선에 뛰어들었다. 막 학기 혹은 막 학년에 시작한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이 덕분에 제3자의 시선으로 친구들의 취업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엔 너무나 훌륭한 인재들로, 감히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구직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점점 위축되는 모습을 보았다. 구직에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갈수록 자신감이 줄어드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구직자가 되고 나서야 친구들의 마음을 진정 헤아릴 수 있었다. 선발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에 약속을 미리 잡을 수 없었다. 뭐 하고 지내냐고 물으면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바쁘거나 급한 일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가하지도, 두 다리 쭉 뻗고 편하게 쉬고 있지도 않은 상태, 이게 흔히들 말하는 ‘취업 준비’ 상태인가? 확실한 게 없으니 모종의 “카더라”에 휘둘린다. 취업 커뮤니티에는 기업별 채팅방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결과 발표일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다. 코딩 해석을 하면 최종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둥, 신뢰도를 알 수 없는 루머에도 구직자의 마음이 흔들린다. 결과 발표 전까지 채팅방마다 “기업 이름+아멘”(ex. 현대자동차 > 현멘, 삼성전자 > 삼멘) 이라는 채팅이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온다. 내 운명, 내 미래가 기업의 손에 달렸으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는 구직자의 절실함이 엿보인다. 2030은 다른 세대에 비해 무종교자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업이 종교라니, 아멘이라니, 웃프다.

잊지 말자, 이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음을. 해당 기업에 지원한 것도, 매일 채팅방에 들락거린 것도 내 의지로 결정한 나의 행동이다. 내 운명도, 내 미래도 결국은 나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이 기다림의 끝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내 선택이었으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역시 나의 선택이다.

우리는 결국 우리의 선택대로 인생을 채워간다. 새해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더 나은 선택을 해보자, 매일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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