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기자회견 발언 내용에 대해 유감 표명까지 한 당권 주자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 안팎에선 사실상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이 퍼졌다. 당에서는 나 부위원장을 향한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며 “두 자리를 놓고 과거처럼 기회를 엿보면서 설치면 대통령실이 손절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부위원장과 연대를 도모했던 김기현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로 그 중요성을 나 부위원장께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책임 있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출마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됐다.
나 부위원장이 당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통령실의 정책 비판 전엔 캠프 사무실을 물색하고 선거 실무진을 꾸리는 등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6일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 직후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출 탕감 방안은)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건데 개인 의견으로 치부한 건 너무하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나 부위원장이 이틀 만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거스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 부위원장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브리핑은 출마를 만류하는 사인 아니겠냐”면서도 “다만 나 부위원장이 아직 출마 가능성을 놓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늦어도 이번주에는 나 부위원장이 출마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의원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출마 선언 시기를 고심하던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대통령 업적에 기대는 ‘윤심 팔이’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더욱 힘을 보태는 ‘윤힘 후보’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며 9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비윤계에선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전당대회 ‘선거 룰’을 ‘당원투표 100%’로 개정한 데 이어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인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한 비윤계 인사는 “윤 대통령이 ‘민심 1위’인 유 전 의원을 쫓아낸 데 이어 ‘당심 1위’ 후보마저 내쫓겠다는 것”이라며 “이래선 (전당대회가) 흥행이 되겠냐”고 꼬집었다.
맹진규/좌동욱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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