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시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던 C사는 현지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마쳤다. 마지막 신고 절차만 남겨뒀는데 돌연 톈진시 개발구 관리위원회로부터 “매수자 적격 심사가 필요하고,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매각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이후 톈진시 부동산 관리 부서에선 C사가 토지사용비 지급을 누락했다며 해당 금액과 5배가 넘는 연체료를 청구했다.
중국 다롄에 공장을 둔 D사는 지난해 말 회사 매각 대금을 한국으로 송금하기 위한 마지막 심사 절차인 외국인직접투자(FDI) 대상 회사 등기 변경 단계에서 현지 은행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외환관리국에서 매각 가격이 순자산장부금액과 왜 차이 나는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한국으로 매각 대금을 송금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거래 당사자 간 협상으로 정한 가격에 대해 당국이 이의를 제기한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중국 내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406곳을 대상으로 한 경영 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장 가동률이 80% 이상이라고 답한 기업은 13.8%로, 2020년(25.6%)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가동률이 60% 이하라고 답한 곳이 절반 이상(52%)이었다. 법무법인 태평양 상하이사무소를 이끄는 김성욱 변호사는 “현지에서 국내 기업 법률 자문을 맡아온 지 15년째인데 최근처럼 철수 문의가 빗발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청산이 힘들어지자 기업들은 대안으로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택하고 있다. 그러자 M&A 절차를 신고제로 간소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해온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날선 규제를 들이밀고 있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게 주요 성과였던 지방 정부들이 한국 대기업 계열사와 중견업체가 잇따라 이탈하자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A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기업들도 한국 기업의 영업보다 부동산 장기 임대권에 더 눈독을 들이는 사례가 많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 내 도심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2000년대 중후반에 50년간 장기로 임차한 토지가 저절로 요지가 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철수를 계획 중이라면 최소한 영업 손실을 보기 1년 전부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회림 삼일PwC 파트너는 “손실이 시작된 후 철수를 결정하면 현금을 투입해 자본금을 늘려놓아야 원매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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