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발에 오너 갑질까지 '논란'…유명 출판사에 무슨 일이

입력 2023-01-10 07:00   수정 2023-01-10 10:55


초중고 학습지인 ‘우공비’와 '쎈’ 등으로 유명한 출판사 좋은책신사고(신사고)가 정부 고발과 사내 갑질 논란으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김포시청은 홍범준 신사고 대표를 불법 용도변경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오너 갑질 논란 속에 최근 3년간 퇴사 인원이 입사한 인원의 1.6배에 달할 정도로 인력 유출이 극심하다.

1990년 설립된 신사고는 초·중·고 학습 컨텐츠를 450여종 이상 제작, 발행하는 교육 전문 기업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0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좋은책신사고의 2020년 매출액은 683억5500만원으로 교육출판 부문에서 15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225억9700만원을 내 업계에서 5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간판 학습지 회사 중 하나인 신사고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10일 김포시청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홍 대표와 신사고, 자회사인 신사고하이테크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사고하이테크는 신사고에서 생산하는 도서의 표지 인쇄와 상품 유통을 맡고 있다.



김포시청은 신사고하이테크가 당초 허가와 다르게 공장 부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11년 ‘제판 및 조판업’으로 허가를 받은 이 부지는 실제론 다른 회사의 물건을 보관·유통하는 창고로 쓰고 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각종 혜택을 받고 입주한 이 회사는 제조업 외에 용도를 변경해 쓸 수 없다.

김포시청 측은 “산업단지 내에 1800여 개의 공장이 있어 법 위반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최근에서야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조치에 나섰다”고 해명했다.

신사고하이테크는 물류 창고의 수익성이 좋다는 판단에 지난달 같은 부지 내에 제2공장을 신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제조업용 산업단지에 들어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취득세가 면제되고 5년간 재산세 35%를 감면받는다.


오너 갑질 논란도 나오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020년 9월 임직원 감시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받아 논란이 됐다. 해당 동의서에서는 이메일·사내 메신저 계정 등을 활용한 교신 내용 등을 회사가 받겠다는 내용 담겨있다. 직원들이 사적으로 하는 이야기까지 회사가 볼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이를 거부할 경우 인사나 내부감사, 복리후생에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통제도 지나치단 반응이 나온다. 신사고는 2020년 체크개선혁신·감사팀, 2021년 IT(정보기술)복구본부 등의 조직을 만들어 내부 직원 비리를 적발토록했다. 이를 찾지 못할 경우엔 인신공격은 물론 업무배제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설명이다.

실제 2020년 6월경 체크개선혁신팀장으로 임명된 김모씨는 특정 임원의 비리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하자 사실상 대기발령 조치를 냈다. 김씨는 3개월 동안 ‘벽 보고 앉아있기’ 등의 처벌을 받은 끝에 퇴사했다.

고용부도 홍 대표의 갑질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사고 직원들이 홍 대표를 상대로 고용부에 접수한 진정 건수는 19건에 달한다. 부당인사발령이나 사죄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질 논란에 구성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신사고를 퇴사한 직원은 140명으로 입사 인원(85명)의 1.6배에 달한다.

이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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