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9일 15: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배달대행업체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생사기로에 놓이면서 관련 용역·하청업체로 불똥이 튀고 있다. 메쉬코리아가 각종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들 업체들도 덩달아 줄도산 우려에 직면했다.
용역·하청업체 연쇄 부도 우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쉬코리아에 용역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대금 일부를 받지 못한 진코퍼레이션은 14억2900원만원에 대한 변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탄원서는 OK캐피탈이 지난주 제출한 최종 의견서에 함께 포함됐다.메쉬코리아는 지난해 3월 경기도 곤지암 풀필먼트센터(FC)를 새롭게 열어 물류 인프라를 확장했다. 스마트팩토리 설비 사업을 하는 진코퍼레이션은 이 센터 내에 총 44억2000억원 규모의 자동화 물류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공사는 11월 말에 최종 마무리됐다. 메쉬코리아는 네 차례에 나눠 용역비를 주기로 했는데, 앞서 두 번에 걸쳐 29억9100만원을 지급했다. 잔금 14억2900억원은 11월 말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가 한 차례 연기했다. 메쉬코리아는 11월25일자로 진코퍼레이션 측에 12월30일까지 잔금을 주겠다는 약정서를 써줬다. 같은 날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은 법원에 개인 주주 자격으로 ARS(자율적 구조조정 프로그램)를 신청했다. 이후 법원이 포괄적개시명령을 내려 회사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이 법원 손에 넘어가면서 진코퍼레이션에 대한 대금 상환도 요원해진 상태다.
이창희 진코퍼레이션 대표는 "메쉬코리아 측이 11월25일에 다음달까지 잔금 지급을 약속해놓고, 당일 오후에 ARS를 신청했다"며 "이제 와서는 법원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잔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규모 업체들은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보니 몇억원에도 회사가 휘청인다"며 "요즘 우리가 용역을 맡겼던 하청업체들로부터 잔금 지급을 독촉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탄원서에는 진코퍼레이션과 함께 하청업체 총 11곳이 동참했다. 이들 회사에 속한 임직원만 약 400명에 이른다. 하청업체들은 법원이 상거래 채권을 최우선적으로 전액 변제하는 회생 방안을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유 의장의) ARS 방안은 400억원을 조달해 OK캐피탈에만 360억원을 변제하겠다는 계획에 불과해 남은 40억원으로 당사와 같은 상거래 채권자들은 어떻게 변제하겠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 의장 본인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른 중소기업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또 회생절차 개시 때엔 관리인을 유 의장이 아닌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를 선택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공식 행동에 나선 것은 잔금을 받지 못할 상황을 우려해서다. 유 의장의 ARS에는 기존 거래처 등에 대한 미지급 대금과 관련한 지불 계획은 빠져있다. OK캐피탈의 P플랜에는 상거래채권에 대한 변제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법원은 메쉬코리아와 관련된 다른 중소기업들이 대금 미지급으로 2차로 연쇄 부도가 나고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체들도 추가로 대응에 나설지 관심사다. 메쉬코리아의 하청업체 등이 받지 못한 대금은 최소 3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베스핀글로벌 약 13억원, 곤지암 곤지암센터 임대료 약 7억6000만원, 콜센터 외주사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TCK) 2억원,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원 2억9000억원 등이다.
메쉬코리아는 조속한 시일 내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메쉬코리아 측은 "1월 내에 최대한 투자를 받고, 늦어도 2월 내 투자 유치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법정관리가 마무리되면 각 채권들도 정상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주 중 결론…법원, 누구 손 들어줄까
메쉬코리아의 운명은 이르면 이번주 중 판가름날 전망이다. 법원은 유 의장의 ARS와 채권자 OK캐피탈의 P플랜을 비교한 뒤 이해관계를 고려해 회사를 살리는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게 된다.유 의장은 중견 건설사와 IT업체로부터 400억원을 유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법원이 ARS를 선택하면 유 의장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유 의장은 2월 내 360억원을 포함한 각종 채무를 상환한 뒤 회사 정상화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선 지난해와 비교해 시장환경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다, 투자자로 나선 기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법원이 P플랜을 결정하면 유진그룹 물류 계열사 유진로지스틱스의 자회사 유진소닉을 인수 우선협상자로 두고 스토킹호스 방식의 경쟁 입찰이 추진될 예정이다. 유진소닉은 앞서 약 600억원을 투입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사 정상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스토킹호스 방식 매각을 하게 되면 유진소닉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등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 후보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주주의 막판 행보도 주목된다. 메쉬코리아의 주주로 단일 대주주인 네이버를 비롯해 GS리테일, 현대자동차, KB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법원이 P플랜을 가동하게 되면 기존 주주단의 지분은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라 이들 역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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