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50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시행한 새해 경기진단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통상 기업은 매년 말 이듬해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조금이라도 늘려 잡는다. CFO들의 절반 이상이 올해 실적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이라고 답한 것은 그만큼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감소폭이다. 경기 상황에 더해 환율과 원자재값 등 각종 외부 변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면서 컨센서스도 매달 추락하고 있다. 석 달 전과 현재 전망치를 비교하면 27조946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의 14.5%가 석 달 새 증발한 것이다. 통상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에 비해 변동폭이 작은 1분기 컨센서스도 예상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석 달 전만 하더라도 올 1분기에 5878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달 초엔 1조2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컨센서스도 8조7186억원에서 5조7252억원으로 34.3% 급감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이 더 이상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이 이를 상쇄할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잇따라 구축하고 있어 환율 상승 효과는 과거처럼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외부 변수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한 대기업 전자부품 계열사인 A사는 작년 11월 말 세운 올해 경영계획을 수정하려던 작업을 최근 중단했다. 환율과 유가 및 물류운임 추이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획 수정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A사 CFO는 “환율 등 외부 변수를 섣불리 예상했다가 원가 분석에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최소한 1분기까지는 경기 상황을 지켜본 뒤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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