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어닝 쇼크'(실적충격)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9일 증권사들은 잇따라 '올해는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란 리포트를 내놨다.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한 21조859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2% 급감한 655억원에 그쳐 증권사 추정치 평균(3193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해 "경기 침체 영향으로 TV와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의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며 "가전 부문도 주택 경기 둔화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경쟁 비용은 증가한 탓에 수익성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연결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던 이유는 LG이노텍 때문"이라며 "LG이노텍의 연말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부품 부문에선 신규 법인 운영에 따른 초기비용과 제품 개발 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올해도 LG전자에 어려운 업황이 드리우겠지만 운반비 부담을 줄여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전제품 특성상 해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해운 운임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년 동기 대비 79.2% 낮은 1061.14를 기록했다.
김록호 연구원은 "올해도 소비 시장의 유의미한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물류비, 운송비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전과 TV는 무게와 부피로 인해 해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운임지수가 상승했지만, 올해는 그 부담이 축소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지산 연구원은 "올해 가전 부문의 물류비 부담이 크게 줄어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 사업은 80조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세트(Set) 수요 회복과 비용 절감 효과가 맞물리는 하반기에 LG전자가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모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LG전자에 각각 목표주가 12만원과 13만원을 제시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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