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샀다가 호구 될라"…들쭉날쭉 테슬라 가격에 '혼란'

입력 2023-01-10 11:08   수정 2023-01-27 00:01


테슬라의 들쭉날쭉 가격 정책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서만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렸던 테슬라가 이번에는 가격을 돌연 내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줄줄이 가격을 인하하는 모습이다.

10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에서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6~13% 인하했다. 작년 10월에 이은 가격 인하로,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3~24%가량 가격이 낮아졌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모델Y는 미국 판매가보다 43%나 저렴해졌다.

국내에선 주요 모델 가격을 12%가량 인하했다. 모델3는 지난해 말 대비 600만원 내린 6434만원, 모델Y 롱레인지는 1165만원 인하된 8499만원으로 조정됐다. 일본에선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 내렸고, 호주에서도 이 두 모델 가격을 인하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모델3와 모델Y 재고 차량을 구매하면 할인해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소비자들 혼선…"모델Y 지금 사도 되나"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테슬라의 가격 정책 때문에 "지금 사도 되느냐"는 문의가 쏟아진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계속 내리고 있으니, 국내 가격도 인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도 보인다.

모델Y 롱레인지를 8900만원에 계약했다는 한 예비 차주는 이번에 인하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일부에선 "테슬라 차 가격은 시가냐"라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중국에서도 테슬라의 일관성 없는 가격 정책 탓에 소비자들 불만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지난 6일(현지시간)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에 위치한 중국 테슬라 전시장에서는 모델Y와 모델3을 구매한 200여명의 소유주가 "환불해달라"며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연초부터 가격 인하…이유는?
소비자들의 잇따른 불만,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전 세계적으로 가격 인하 정책을 쓰는 이유는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가 지난해 4분기에 생산한 차량은 44만대로, 인도량보다 8.5% 많다. 특히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한 신차 인도량이 전월 대비 44%, 전년 동기보다 21% 줄어드는 등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비야디(BYD) 같은 중국 토종 업체들과 '치킨게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테슬라의 핵심 생산기지다. 자국 소비로 유명한 중국의 토종 전기차 회사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 파격적 가격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야디는 지난달 테슬라의 4배 이상인 23만4598대를 판매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구매 보조금을 작년 말로 중단하면서 올해 초부터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더 많은 할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테슬라가 출혈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높은 영업이익률 덕분이다. 테슬라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7.2%로, 자동차 업계 고수익률 기준(10%)를 훨씬 웃돌았다. 전기차를 싸게 팔아도 아직 수익이 날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정책을 쓸 경우 저가 정책으로 판매량을 늘렸던 중국 내 전기차 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테슬라로선 글로벌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수요 문제에 직면한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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