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이달 중 새 대표를 선정하고 경영진을 비롯한 조직 개편에 돌입한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조직을 대폭 재정비한다는 취지다.
10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중 서비스·사업 부문 신임 대표를 내정하고 주요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작년 10월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한동안 이어졌던 ‘비상경영’ 이후 정상화에 나서는 조치다.
이번 조직 개편은 카카오가 기존에 집중해온 ‘투톱 체제’로 복귀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2011년부터 작년까지 공동대표 혹은 각자대표를 주로 내세웠다. 한 사람이 사업과 서비스 부문을 담당하고 다른 한 사람은 대외 협력·소통, 리스크(위험) 관리 등에 주력하는 구조다. 공동대표는 대표이사가 둘 이상인 방식이고, 각자대표는 두 명 이상인 대표에게 각 영역별로 단독 의사결정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작년 7월부터 남궁훈 전 대표와 홍은택 대표가 각자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남궁 대표가 작년 10월 서비스 장애 사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진 사임하면서 홍 대표 1인체제로 운영됐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한국경제신문에 "현재 카카오는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경영에 주력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작년 10월부터 약 80일간 가동한 서비스 장애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지난 2일 해산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기구로 카카오를 비롯한 계열사 내 주요 임원들이 참여한 비상 의사결정기구다.
비대위 해산에 따라 상당히 큰 폭으로 조직 변동이 있을 전망이라는 게 카카오 내부 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최근 수개월간은 사실상 서비스 장애 사태에 따른 과도기적 체제였다”며 “지난 5일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도 보상 주요 절차에 돌입한 만큼 이제는 조직 정비에 돌입하는 게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달 중에는 신임 대표를 내정해야 내부 조직을 정비해 오는 3월부터 새 체계에서 경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내정되는 신임 대표는 오는 3월 카카오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신임 대표직 주요 후보로는 IT 플랫폼·콘텐츠 사업에서 기술 분야 성과를 낸 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확영 그렙 대표와 권미진 수석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확영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겸 창업자, 이제범 카카오 전 공동대표 등과 함께 카카오톡 개발 주역으로 꼽힌다.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시절부터 2013년까지 카카오톡과 관련 사업 모델을 개발한 ‘개국공신’이다. 2013년 창업을 위해 카카오를 떠났으나 여전히 카카오과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엔 비대위 원인조사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정돼 서비스 장애 사태 진상 조사를 맡았다.
권 수석부사장은 카카오 신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다. 남궁 대표가 자진 사임하면서 본인의 공석을 책임질 이로 공식 지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남궁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카카오게임즈,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등을 거쳤다. 오픈링크, 메타버스, 글로벌 사업 확장 등 굵직한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외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 박승기 카카오브레인 전 대표,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재단 이사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남궁 전 대표가 다시 대표로 돌아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당사자가 직접 밝혔듯 사업에 조언을 하는 정도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궁 전 대표는 최근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각에선 홍은택 카카오 현 대표도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 등이 사업과 서비스, 기업 리스크 등을 고루 고려해 리더십을 재편할 전망"이라며 "남궁 전 대표도 작년 초 카카오 리더십 재편을 앞두고 하마평에 비중있게 오른 인물이 아니었던 만큼 의외의 인물이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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