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모빌리티가 가져올 변화에 빠져들어라(Be in it).”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의 화두는 초연결과 모빌리티로 정리할 수 있다. 전 세계적 흐름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따라 탄소 중립과 친환경을 위한 기술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싱스 허브인 ‘스마트싱스 스테이션’도 공개했다.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연결 플랫폼이다. 전원을 켜면 해당 공간에 있는 커넥티드 기기를 자동 감지해 연결해준다.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연동 표준인 ‘매터’를 지원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다양한 제조사의 스마트홈 관련 기기를 쉽게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이달 말 한국과 미국에 출시된다.
삼성전자의 CES 2023 부스에서도 연결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TV, 냉장고,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 로봇청소기, 현관문 도어록, 실내 조명 등을 쉽게 연동할 수 있는 환경을 선보였다. 노인이 혼자 사는 집에서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이나 TV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낙상 사고 발생, 외부인 침입 등을 알리는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
LG전자는 “TV에는 반드시 선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내놨다. 지금까지 나온 올레드 모델 중 가장 큰 97형(대각선 길이 약 245㎝) ‘LG 시그니처 올레드 M’ TV에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애는 무선화를 시도했다. 세계 최초로 4K 해상도, 120헤르츠(㎐) 규격의 영상 전송을 지원하는 무선 솔루션을 적용한 이 제품은 TV 본체와 콘솔 기기, 사운드 바 등 다양한 주변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제로 커넥트’ 박스로 구성됐다. 전원 선과 제로 커넥트 박스만 있으면 다른 선이 필요 없다. LG전자는 TV 네 대를 나란히 연결한 뒤 공중에 와이어로 매달아 선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가전제품을 서로 연동해서 쓸 수 있는 기술도 시연됐다.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를 이용해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반대로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앱으로 LG전자의 가전제품을 켜고 끄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 표준이다. HCA는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GE,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아르첼릭, 트레인, 리디지오, 베스텔 등 글로벌 가전업체와 공조 전문 기업 15곳이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홈 연결성 확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홈 사물인터넷(IoT)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LG전자는 HCA 부스에 무드업 냉장고, 워시타워, 에어로타워, 벽걸이 에어컨 등 4개 제품을 전시했다. 관람객은 이 제품들을 포함한 HCA 회원사 제품을 제조사가 아닌 회사의 스마트홈 플랫폼에 등록하고 제어하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도 HCA 표준이 적용된 스마트싱스 앱으로 TV, 에어컨,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 15개 주요 가전 제품군의 40여가지 기능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다른 회원사의 스마트홈 앱을 통해서도 삼성전자의 다양한 가전을 연결·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상반기 중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에 HCA 표준 1.0을 적용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표 IT 기업 소니와 완성차 기업 혼다가 합작한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첫 번째 전기차 ‘아필라’가 공개됐다. 아필라의 목표는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도입해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기능을 위해 퀄컴과 함께 최신 자율주행 플랫폼 등을 갖춘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적용할 계획이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2025년 상반기부터 아필라 선주문을 받고, 2026년 봄 북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BMW도 ‘운전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콘셉트 중형 세단 ‘BMW i 비전 디’를 공개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투영 범위를 차량 앞 유리 전체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BMW는 2025년부터 출시하는 ‘뉴 클래스’에 진화한 HUD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 차량은 전자 잉크 기술을 활용해 차량 색상을 총천연색으로 바꿀 수 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폭스바겐도 6년 만에 CES에 복귀해 첫 번째 전기 세단 ‘ID.7’의 위장막 모델을 공개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을 기반으로 탄생한 차량이다. ID.7은 차량 표면에 조명 효과를 주는 특별한 위장막을 씌운 채 나타나 폭스바겐의 미래 디지털 기술을 자랑했다.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사 보쉬는 ‘센서’를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보쉬는 2026년까지 센서 개발 및 생산을 포함한 반도체 사업에 30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3년 동안 ‘디지털 전환’에 100억유로를 쏟아붓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발레오는 보행자, 자전거 타는 사람, 공사장 인부 등 다양한 도로 이용자의 의도를 계산하고, 움직임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판토마임’을 공개했다. 단순히 보행자가 많다고 차가 멈추는 게 아니라 보행자가 차를 보거나 다리를 도로 쪽으로 움직이면 충돌 위험이 있다고 예측하고 멈추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경찰관의 수신호까지 이해하고 따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CES 2023에 모빌리티 기업이 밀집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 모빌리티 기술에 대해 전시하는 별도 부스를 마련했다. ‘모빌리티의 미래를 주도하다’를 주제로 모빌리티 업계의 혁신을 돕는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도심항공교통(UAM) 법인 슈퍼널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 비행, 3차원(3D) 비행 시뮬레이션 등 미래항공 솔루션 개발에 나서는 사례도 소개했다.
구글은 메인 전시장인 LVCC 센트럴홀 야외에 단독 건물 형태의 부스를 마련했다. 차량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된 자동차를 소개하는 데 공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된 BMW i7과 볼보 EX90도 전시됐다. 관람객에게 내비게이션, 음악 재생, 전화 통화 등 안드로이드 오토 활용 방법을 안내하는데 분주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해 손을 대지 않고도 음성으로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거나, 도착 예정시간을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와츠앱을 이용하면 통화까지도 가능해졌다.
라스베이거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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