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아니라 불가"…전세사기 피해자, 긴급주거지원 막힌 까닭

입력 2023-01-10 16:22   수정 2023-01-10 16:23


최근 '빌라왕' 사건 등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인천시에서 피해자를 위해 추진하려 한 긴급주거 지원이 법령 해석에 막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된 '이재민'에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해당하지 않아서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긴급주거 지원이 헛구호에 그쳤다"며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10일 인천시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는 당초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긴급주거 지원을 위해 인천 내 주택 113채를 확보했다. 이는 LH가 보유하고 있던 매입 임대주택 중 요건이 맞는 일부 물량을 긴급주거 지원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빼둔 주택들이다.

LH 측은 지난해 12월 18일 미추홀구에서 열린 전세 사기 피해 대책 간담회에서 "소득·자산과 관계없이 신청만 하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113가구"라며 "(시가) 긴급주거 지원이 가능한 대상자만 선정해주면 바로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했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제23조의 3은 '재해구호법에 따른 이재민 등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긴급한 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 공공주택사업자가 요건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임시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행정안전부로부터 구두 답변 등을 토대로 해당 법에 따른 '이재민'에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해당하지 않아 긴급주거 지원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LH가 마련해둔 주택 113채에 대한 입주가 어렵다는 사실을 피해자 대책위원회에 전달했다.

이후 시는 피해자들에게 긴급주거 지원 대신 일반 절차를 통해 LH나 인천도시공사의 기존 매입·전세 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하는 방안을 안내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득·자산 등 까다로운 자격 요건 탓에 피해자들의 진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토부가 설치한 전세피해지원센터에 피해자 임시거처를 지원하고 있지만, 30채에 가까운 임시거처가 모두 서울에 있고 지원 기간도 최장 6개월에 불과하다.


30대 전세 사기 피해자 A씨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당장 2월이면 퇴거해야 하는데 보증금 7400만원도 돌려받지 못해 막막하다"며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주거 지원책도 없어 사실상 포기하고 신용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긴급주거 지원 대상자에 포함되기 위해선 중앙정부 차원의 지침 하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등에게는 이재민에 준한 긴급주거 지원이 가능하다는 정부 지침이 지자체에 내려온 바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LH 측이 최근 이 같은 해석과 관련해 국토부에 지침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급한 대로 LH 측에 피해자들의 빠른 임대주택 입주를 요청하는 등 다른 형태의 주거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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