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부실만의 문제도 아니다.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나가서 딴소리하면 죽인다”는 폭언도 했고, 얼굴을 점수로 매기는 등 모욕적인 갑질 행위도 드러났다. 윤범모 관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조직 내 불신을 키웠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런 문제점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공개적으로 표출돼 파장을 낳았다. 지난해 1월엔 노조가 갑질과 부당 인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윤 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월 윤 관장을 재임명했다. 그가 부임한 이후 이런 난맥상이 터져 나왔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정권 임기 석 달을 남기고 ‘알박기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취임 일성으로 북한 미술에 대한 연구, 북한과의 교류 전시 추진을 내놓을 정도로 대표적인 민중미술계 인사로 꼽히는 윤 관장은 2018년 11월 첫 임명 때부터 논란이 컸다. 기관장 역량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탈락했지만, 문체부(당시 장관 도종환)는 재평가 기회를 주는 무리수를 두면서 미술계 내에서 ‘답정너 인사’ 등 특혜 시비가 거세게 일었다. 문 정부가 함량 미달 인사를 작정하고 ‘코드’로 꽂아 넣어 미술계에까지 좌파 카르텔을 구축한 것이다. 윤 관장은 감사 결과가 나오자 “미술관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을 만신창이로 만든 주역은 그럴 말할 자격이 없다. 그가 당장 해야 할 것은 책임을 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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