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장기근속하거나 정년퇴직한 직원 자녀에게 일자리를 물려주는 ‘고용세습’ 관행이 근로 현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고용세습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한 사업장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당 조항을 없앴다. 나머지 사업장도 당국의 시정명령 조치가 속도를 내며 사실상 철폐 수순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사 법치주의’를 기치로 노조 부패 척결과 채용 공정화에 나서면서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지 2022년 11월 23일자 A1, 3면 참조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등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둔 60곳 중 57곳(95%)이 해당 조항을 자율로 없애거나 정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시정명령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율 개선을 완료한 사업장은 건국대 충주병원과 세아창원특수강 등 38곳이다. LG유플러스와 효성중공업, 현대위아 등 13곳은 당국의 시정명령 요청을 지방노동위원회가 의결해 시정명령 조치를 진행 중이다.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큰 기아(직원 수 3만5000여 명)에도 지난달 29일 경기지방노동위가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의결서를 받는 대로 기아에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장 1057곳의 단체협약을 전수조사한 뒤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확인된 60곳(기간 만료·폐업 3곳 제외)에 8월부터 시정 조치에 나섰다. 이후 11월까지 32곳이 자율 개선을 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시정명령이 지연되며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말 화물연대 파업을 기점으로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규모 사업장에도 지방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 의결이 잇따르면서 고용세습 폐지가 탄력받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용세습은 물론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 등 불공정한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김인엽/곽용희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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