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21·세계랭킹 14위)은 이런 나이키가 가장 최근에 ‘찜’한 골프선수다. 후원금액은 알려진 것만 향후 5년간 2000만달러에 달한다. 한국 골프 역사상 가장 큰 계약금액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톱10에 드는 규모다.
김주형은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이키와 계약을 맺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내가 아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태어나서 처음 부모님으로부터 ‘부럽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처럼 세계 최고 선수만 후원하는 나이키가 나를 택했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김주형의 골프 인생’이 새로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형이 사는 세상은 지난 6개월 동안 완전히 바뀌었다. 국내 투어와 아시안 투어를 돌던 그는 지난해 7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3위)과 디오픈(47위)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내면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임시특별회원 자격을 얻었다. 그렇게 참가한 윈덤 챔피언십(8월)과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10월)을 제패하며 20세3개월의 나이에 PGA 2승을 거뒀다. 우즈(20세9개월)보다 6개월 빨랐다. 작년 9월에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선 인상 깊은 ‘버디 세리머니’로 스타성도 보여줬다. 그러자 콧대 높은 나이키도 그를 눈여겨보게 됐다.
김주형의 스타성을 보여주는 대목 한 토막. 지난해 9월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경기 마지막 18번홀(파5). 두 번째 샷을 준비하는 김주형 주변을 미국팀 단장과 선수들이 에워쌌다. 김주형을 압박하기 위해 일종의 ‘심리전’을 펼친 것. 남은 거리는 239야드. 김주형은 평소 이 정도 거리가 남을 때 치는 유틸리티 대신 2번 아이언을 꺼냈다. 트레버 이멜먼 인터내셔널팀 단장(44·남아공)이 놀란 눈으로 김주형의 캐디를 쳐다봤다고 한다. ‘동점 상황에서 왜 안전하지 않은 선택을 하느냐’는 타박이었다.
김주형은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두 번째 샷을 앞두고 자신 있었다”며 “나중에 캐디(조 스코브론)한테 들었는데, 이멜먼 단장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윙크했다더라. 지금 생각해도 그때 느낌은 최고였다”고 돌아봤다. 당시 김주형은 두 번째 샷을 홀 옆 3m에 붙였고, 버디로 마무리하며 인터내셔널팀에 귀중한 승점을 안겼다. 이를 본 이멜먼 단장은 “김주형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주변에선 일찌감치 김주형의 스타성을 예견했다. 그와 같은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박현경(23)은 “골프장 안과 밖의 (김)주형이는 정말 다르다”며 “그 수다스러운 애가 라운드만 시작하면 말이 없어진다. ‘쟤 왜 저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중한다”고 전했다. 그의 스승인 이시우 코치는 “(김)주형이는 잘하는 선수와 라운드해도 주눅 들지 않고 그 선수의 장점을 흡수한다”며 “언젠간 PGA투어에서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는 김주형의 눈은 이제 PGA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로 향하고 있다. 김주형은 지난해 2승을 거둔 덕분에 4월 열리는 마스터스에 처음으로 초청됐다. 그는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장면이 담긴 DVD를 끼고 살았는데, 우즈와 한 무대에 선다는 게 꿈만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1승을 거두는 게 목표”라며 “지금까지 해온 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새해 개막전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톱5’에 오른 김주형은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새해 첫 우승에 도전한다. PGA투어는 김주형을 이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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