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1일 19: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의 새로운 인수 후보로 hy(전 한국야쿠르트)가 등장했다. 김형설 메쉬코리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사내 이사진이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과는 별도로 법원에 ARS(자율적 구조조정 프로그램)를 제출하면서 hy가 인수 의지를 나타냈다. hy는 메쉬코리아 인수를 통해 종합 유통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y는 메쉬코리아에 약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65%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메쉬코리아 사내 이사진이 지난주 회생법원에 제출한 ARS 의견서에 포함됐다. 사내 이사진은 ARS 기간 추가 연장을 요청하면서 주주단과 합의를 거쳐 OK캐피탈에 대한 채무 360억원을 포함한 기존 채무를 전액 변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법원은 추가 검토를 거쳐 조만간 ARS와 OK캐피탈의 P플랜 중 한 가지 방안을 선택할 예정이다.
hy가 메쉬코리아 인수에 나선 건 라스트마일 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hy는 ‘야쿠르트’, ‘윌’로 유명한 식음료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1년 사명을 바꾸며 본격적으로 물류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기업간 거래(B2B) 물류 서비스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 서비스는 hy의 프레시 메니저를 기반으로 600여 개의 물류거점, 냉장 카트 등 전국에 구축된 콜드체인 배송 인프라를 다른 회사에 제공한다. hy가 오토바이 중심의 배송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메쉬코리아를 품게 되면 라스트마일 부문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된다.
hy가 제시한 인수 조건도 나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다른 인수 후보자인 유진그룹의 계열사 유진로지스틱스의 물류 자회사 유진소닉이 제시한 가격 600억원보다 가격도 높다. 유진소닉으로의 매각에 반대했던 기존 주주 솔본인베스트먼트도 hy의 매각 방안엔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에 성공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우선적으로 법원이 OK캐피탈의 P플랜과 ARS 중 ARS의 손을 들어줘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법원이 P플랜을 선택할 경우 hy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추진되는 경쟁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참여하더라도 유진소닉이 추가로 가격을 높이면 인수는 물거품이 된다.
기존 주주단과의 합의도 관건이다. 메쉬코리아의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 네이버를 중심으로 GS리테일, 현대자동차, KB인베스트먼트-화인자산운용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hy의 매각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이 완전히 소각되는 P플랜보다는 소수 지분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 ARS가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주주들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제2의 솔본인베스트먼트’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의장도 추가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 의장은 그동안 매각에 반대해 개인 주주 자격으로 ARS를 신청하는 등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해왔다. hy에 매각하는 방안도 찬성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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