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은퇴자 천국’으로 불리는 나라다. 연금 소득대체율이 월평균 소득의 62%(한국은 40%)에 달한다. 은퇴자 연금을 현직 근로자들이 걷어 지급한다. 지금은 근로자 2.1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한다. 보험료율이 28%로 한국의 3배다. 하지만 인구구조 고령화로 2070년엔 1.2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지속 불가능하다. 마크롱 개혁안의 핵심은 지금과 똑같이 받도록 하되, 법정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춰 더 일하고 더 오래 보험료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연금보험료를 포함한 각종 조세부담(GDP 대비 45%)이 너무 높아 보험료율 자체를 높일 수 없는 사정을 감안해 늦게 받는 쪽으로 절충안을 낸 셈이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의회(577석) 내 범여권 의석(250석)이 과반이 안 되는 데다, 벌써 8개 노조단체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리더십이다. 마크롱은 2017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정년 연장 등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2019년 말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으로 전국이 한 달 가까이 마비되는 속에서도 개혁안을 포기하지 않았다. 재선 때도 표에 도움이 안 되는 연금개혁안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가 책임지고, 증세나 재정 투입 없이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원칙도 천명했다. 어제 연금개혁안 발표를 앞두고서는 노조 수장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했다고 한다. 마크롱은 이런 집요함으로 법인세율 인하(33.3%→25%), 공기업 종신고용제 폐지, 복지체계 수술 등을 성공시켰다.
한국의 연금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새 정부도 연금 장기 재정추계 결과 발표를 2개월 앞당기는 등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 노조 반발 등 프랑스에서 예상되는 똑같은 난관이 불 보듯 뻔하다. 프랑스 연금개혁 과정을 백서를 쓰는 자세로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며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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