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이하늬·박소담 호연에 멋들어진 액션까지…강하다, '유령' [종합]

입력 2023-01-11 18:08   수정 2023-01-11 18:10


영화 '유령'이 박진감 넘치는 추리에 가슴 뜨거워지는 액션까지 '빈틈없는' 재미로 설 연휴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해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가 참석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다. 앞서 '독전'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에 다이내믹한 액션을 더해 박진감 넘치는 작품을 완성해냈다. 특히 용의자들 사이의 의심과 경계를 바탕으로 한 추리극으로 시작해 작전 성공을 위한 진짜 유령들의 액션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전개가 인상적이다.

이 감독은 "스파이 액션이라고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액션에 가깝게 온도가 뜨거워지고 역동적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는 캐릭터 무비로 불렸으면 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 하나하나 빛이 나고, 이들의 호연이 이야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개연성이 되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유령'은 마이지아 작가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이 감독은 "원작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적이 없어서 읽은 분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작과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추리극에 그치지 않고, 액션으로 진화해 두 가지 장르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번역본을 받았을 때 아무런 영감이 없어서 막막했다. 원작은 '유령'이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한 플롯이 쭉 형성되는 등 추리극의 특성을 충실히 따르는데 개인적으로 날 자극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렇게 놓으려고 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재미있을 수 있겠더라. '유령'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콜럼버스의 달걀이라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영화는 유력한 용의자인 통신과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감독은 "앞선 제작보고회에서 백지에 이하늬라는 점을 찍으니 '유령'이 됐다는 말을 했다"면서 "스파이 장르로 쭉 가면 정적이고 차가울 것 같았다. 그 채로 2시간을 끌고 가기엔 지루할 것 같았다. 구미가 더 당기려면 장르의 변주를 해야겠더라. 그렇게 중반 이후부터 액션을 더 많이 넣는 방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박차경 역은 이하늬가 연기했다. 박차경은 조선 최고 재력가의 딸로, 총독부 통신과에서 암호문 기록 담당으로 일하며 남다른 행로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그간 밝고 생동감 있는 연기를 주로 해온 이하늬는 이번에 '쿨톤'으로 변신한다.

이하늬는 "안에서는 마그마 같은 게 끓는데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쿨톤의 캐릭터라 재밌었다. 일차원적으로 쏟아내는 캐릭터가 있다면 꾹꾹 눌러 비집고 나오는 것도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경이 '살아.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으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캐릭터인 것 같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기 위해 사는 생즉사 사즉생인 거다. 죽음을 위해 사는 삶은 어떨지, 독립투사들이 이런 마음으로 살았겠구나 등의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용의자이자 '유령'을 잡아 복귀하려는 야심을 가진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 역의 설경구와 펼치는 액션은 단연 압권이다. 거칠면서도 단단한 힘이 오가는 리얼한 액션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하늬는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하는 액션이었다"면서 "촬영 날 체력이 안 되면 이도 저도 안 되겠더라. 6개월간 그 장면을 머리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합을 맞춰서 멋있게 찍는 액션과 달리 힘의 실랑이가 있어야 하는, 감정이 있는 액션이라 트레이닝할 때도 힘이 많이 들었다. 역도산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설경구는 "이하늬 씨 팔다리가 길어서 오히려 내가 힘에 겨웠다. 난 기술이 없어서 힘으로 하는데 이하늬 씨가 대단하더라"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둘의 액션이 '남녀 대결'로 보이지 않도록 풀어내는 게 핵심이었다고 했다. 그는 "남녀가 싸우는 느낌이 없었으면 했다. 단 한 순간도 그렇게 접근하지 않길 바랐다. '계급장 떼고 붙는다'는 말이 있듯이 성별 떼고 붙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하늬 배우가 설경구 선배님보다 액션 연기를 덜했고, 여배우라서 케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데 몸싸움 신을 찍는 순간 (설경구) 선배님 괜찮으신가 싶더라. 이하늬 씨가 설경구 선배님을 역도산으로 비유했는데, 이하늬 씨는 그냥 마동석이었다"며 웃었다.


박소담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살아야 한다면 누구든 공격할 수 있는 유리코 역을 맡은 그는 선배들 사이에서도 놀라운 기세를 자랑한다. 박소담은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 내가 잘하고 있나 걱정이 많았다. 계속 나만의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라 외롭기도 했다. 스스로 질문을 많이 던진 캐릭터였다"고 고백했다.

설경구, 이하늬 등에게 날 선 대사를 던지는 그에게 하극상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박소담은 환하게 웃으며 "속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대사를 힘차게 내뱉을 수 있도록 두 선배님을 비롯한 모든 분이 에너지를 줬다"고 답했다.


박해수는 '유령'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파는 경호대장 카이토로 분해 소름 돋는 연기를 선보인다. 일본어 대사를 유창하게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해수는 "일본인 캐릭터라 도전하기가 어렵고 무서웠지만, 내겐 너무 매력적이었다. 올림픽 준비하듯 최선을 다해 일본어 선생님과 밤낮없이 숙박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또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님, 다른 배우분들께서 자신감을 줬다"고 전했다.

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 천계장을 연기한 서현우는 영화의 묵직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체중 증량까지 불사한 그는 "우리 작품 안에서 해야 할 몫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그걸 조율하는 작업이 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일운동 속에서도 평범한 인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기적이고, 그 시대를 살아내기 바쁜 평범한 인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임했다. 장르와 극의 흐름에 방해가 안 되게끔, 하지만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하기 위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유령' 팀은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2021년 건강검진을 통해 갑상선 유두암 소견을 들은 이후 수술을 받고 회복 끝에 완치 소식을 전한 박소담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다 현장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하늬는 박소담에 대해 "처음 만났는데 기백이 너무 좋았다. 단단한 배우더라. 그 모습이 반갑고 아름다웠다. 동생이지만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케미'가 좋다는 말에 박소담은 눈물을 쏟았다. 그는 "이상하게 하늬 선배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지금도 위안이 된다. 차경의 '살아'라는 대사가 그때 내겐 굉장히 필요했던 말이었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촬영 내내 선배님한테 받은 에너지가 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케미'가 좋다는 말이 기쁘고 감사하다. 찍는 내내 감사했다. 선배님들께 받은 게 많아서 이번 영화 홍보를 통해 다 돌려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때 이 감독도 돌연 눈물을 보였다. 그는 "후반 작업에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들었다. 어려운 촬영이 많았는데 감사하게도 빛나는 순간을 이분들이 다 해줬다"며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이 감독은 "박소담 배우는 컨디션이 좋을 때가 아니었다. 서로 그걸 몰랐을 때였는데, 내가 극한까지 너무 많은 걸 요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끝으로 서현우는 "새해를 맞아 극장에서 우리의 에너지를 맘껏 느끼고, 받아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령'은 오는 1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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