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10일(현지시간) “전투기, 폭격기, 드론 분야에서 항공우주군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며 “특히 드론 생산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톡톡히 효과를 본 드론 생산에 힘을 더 쏟겠다는 얘기다. 러시아가 쓰는 자폭 드론은 이란제인 샤헤드-136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국에서 이 드론을 생산하는 방안을 이란과 지난해 11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길어지자 러시아는 미사일 대신 드론을 주된 공습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크림대교가 폭발 피해를 보자 러시아가 보복 공격으로 자폭 드론 24대를 날린 것이 본격적인 드론전의 서막이었다. 일부 드론은 격추됐지만 1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또 수도 키이우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우크라이나 피해가 컸다. 우크라이나도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사라토프주에 있는 공군기지를 지난달에만 최소 두 차례 공습했다.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시설 주변에 방공망을 구축했지만 드론 방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드론 운영이 익숙해진 러시아가 야간에 드론을 날리는 횟수를 늘리고 있어서다. 낮에는 대공포나 총기로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밤에는 미사일 시스템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 저공으로 날리면 레이더 탐지도 쉽지 않다.
유리 이흐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러시아가 드니프로강을 따라 자폭 드론을 낮게 발사하는 빈도를 늘리고 있다”며 “드론 탐지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방어 비용도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지대공 미사일과 같은 방어 무기가 드론보다 훨씬 비싸다”며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격추하더라도) 장기적으론 러시아가 유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드론인 샤헤드-136은 대당 가격이 5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 단가가 1만달러 선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캐나다 미국에서 지원받기로 한 방공미사일인 나삼스와 소련제 방공미사일 S-300의 가격은 각각 50만달러, 14만달러에 달한다. 드론을 공격하는 쪽보다는 방어하는 쪽의 비용 부담이 최대 50배 더 많다는 얘기다.
러시아가 쏘는 드론도 속은 대부분 미국산이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격추한 샤헤드-136의 부품 54개 중 40개가 미국 기업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미국산 무기들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싸우는 셈이다.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각국은 앞다퉈 드론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최대 1만㎞ 비행이 가능한 드론 윙룽3를 공개했다. 미사일을 최대 16기 실을 수 있는 대형 드론이다.
이달 초엔 중국 서북공업대 연구진이 비행 중인 드론에 레이저를 쏴 충전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드론을 계속 상공에 띄워 놓을 수 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일본도 1만㎞ 비행이 가능한 드론인 시가디언을 미국에서 2030년까지 24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시가디언 1대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대만은 연내 3000대 규모 드론 편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동에선 터키가 드론 강자로 꼽힌다. 터키는 군용 드론인 바이락타르를 우크라이나 리비아 카타르 등에 공급했다. 지난달 15일엔 외관이 전투기와 흡사한 무인전투기의 첫 비행 시험에 성공했다. 이스라엘은 인공지능(AI)으로 목표물을 인식하는 드론을 수출 중이다. 최근 북한의 드론 활용에 맞서 한국도 합동드론사령부를 조기 창설하고 연내 스텔스·소형 드론을 생산하기로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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