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4잔 값으로 8명 소개팅…"요즘 20대들은 '자만추' 안해요" [방준식의 레저 스타트업]

입력 2023-01-21 07:00   수정 2023-01-21 10:05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데이팅앱 춘추전국 시대입니다. 경쟁사들이 이성과의 만남에만 초점을 맞췄죠. 위피는 카페에서 수다 떨거나 술한잔 하고 싶을때 만날 수 있는 동네친구를 연결해주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커피 4잔 값이면 평균 8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6년간 750만건을 매칭 시켰죠."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대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과나 동아리를 통한 자연스러운 만남이 사라지고, 지인에게서 받는 소개팅도 줄어들었다. 부담 없이 효율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20대들에게 소셜 앱이 급부상한 이유다. 2017년 출시후 국내 1등 소셜 디스커버리 앱 '위피'를 만든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43)을 지난 1월6일 한국경제신문이 만났다.

전자책 유통회사에서 7~8년을 다녔던 김 대표는 2011년 첫 창업 아이템으로 전자책과 게임을 결합한 서비스를 내놨다. 전자책은 종합적인 인터넷 서비스로 콘텐츠와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산업이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그는 사업에도 자신만만 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말 그대로 처참하게 실패했다.

"전자책 업계에서 오래 일한만큼 누구보다 잘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사업도 잘될 줄 알았죠. 만만하게 봤습니다. 연간 매출이 10억원 가량 나왔으나 사업을 계속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죠."

사업을 전면 재수정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B2B)이 아닌 일반 이용자들에게(B2C) 사랑받는 서비스를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014년 11월 그렇게 익명으로 서로 속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모씨' 서비스가 나왔다. 김 모씨, 이 모씨 처럼 익명의 사람들이 앱에서 만나 대화를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당시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가 100만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투자사들로부터 35억원을 유치받았다. 그렇게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래 못가 서비스를 조기 종료해야만 했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BM)이 없어 앱을 운영할수록 돈을 까먹는 구조였다. 수십개의 수익 모델을 테스트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기존의 앱을 강화하기보다 과감하게 데이팅 앱으로 전환했다.

당시 데이팅앱은 레드오션이었다. 아만다와 같은 경쟁앱들과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전 사업에서 주목한 점은 이성 만남이 목적인 사람들도 실제 만남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 유저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소개팅보다 우선 동네 친구부터 되어보자는 접근방식을 내세웠다. 서로 대화를 하는 시간을 더 길게 갖게한 것이 통했다.


그는 "위피의 성비는 3 대 1로 경쟁사들의 9 대 1 비율과 비교해 압도적"이라며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신뢰·안전성을 확보한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자체 매칭 알고리즘도 강화했다. 프로필로 판단해 등급을 나눠 매칭을 잘 시켜야만 매칭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셀카를 못 찍는 남성들을 위한 노하우와 가이드도 제공한다. 그는 "프로필의 정보 소개글에 따라 매칭률이 변한다"며 "정성이 담겨야만 성공률이 높다"고 팁을 제시했다.

2030세대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6년간 총 550만명이 위피를 이용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확보했다. 위피 이용자들은 평균 1인당 연간 2만원 정도 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0%이상 증가했다. 긴 휴가철이 있는 여름에 트래픽이 약 10% 더 높다. 추운 날씨로 연애 심리가 더 자극되는 겨울에도 앱 이용이 늘어나는 편이다.

올해는 그룹 채팅 소모임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사전에 자체 보이스톡으로 채팅뿐 아니라 목소리를 듣고 만남을 결정할 수 있다. 대만과 일본진출도 계획중이다. 김 대표는 "일본의 소셜앱 시장은 6000억원으로 한국의 약 3배에 달한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안전한 만남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봉기 대표 인터뷰 전문


Q. 자신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동네친구를 연결하는 커뮤니티앱 '위피'와 홈트레이너 연결 서비스 '콰트'를 운영하는 엔라이즈 대표 김봉기(43) 입니다. 위피는 동네 친구를 만난다는 컨셉으로 2017년 출시한 소셜 디스커버리 서비스입니다."

Q. 어떻게 창업을 하시게 되셨습니까.
"2011년 전자책 회사로 처음 창업했습니다. 지금의 리디와 같은 유통회사에서 7~8년간 근무를 했습니다. 창업 아이템으로 게임과 책을 결합하고, 전자책 솔루션 사업을 시작했죠. 전자책은 종합적인 인터넷 서비스 입니다. 컨텐츠와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죠. 저도 처음에는 이 업계에서 오래 일했으니 사업도 잘할줄 알았지만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3D를 결합한 전자책도 반응이 시원치 않았죠. 전자책 솔루션 사업은 연간 매출이 10억원 정도 나오고 있었지만 비전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던 때였습니다."

Q. 어떻게 피벗을 결정 하셨나요.
"당시 팀원 6명이서 회의를 했습니다. 그중 한명이 우리도 기업(B2B)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B2C) 사랑받는 서비스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연매출 10억원에서 만족할게 아니라 더 큰 서비스에 도전해보자 생각했습니다."



Q. 데이팅앱 '춘추전국시대' 인데요.
"각종 모입앱들이 난립했었죠.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우리 팀원들은 사람과의 관계나 서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서로 속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자고 생각해 '모씨'라는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김모씨, 이모씨 할때의 모씨였죠. 당시 페북과 인스타는 과시형 서비스로 포장된 모습을 보여줬죠. 우리는 반대 서비스 였습니다. 익명으로 연결했을때 더 재미있는 관계성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Q. 초기 앱 반응은 어땠나요.
"2014년 11월 모바일 개발해 3개월만에 런칭했습니다. 익명의 공간이 자칫 19금 대화가 남발할까, 관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죠. 하지만 반대로 진솔한 대화와 건전한 커뮤니티장이 생기더라고요. 놀랐습니다. 당시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가 100만을 넘었습니다. 이용자가 많아지자 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우리기술로부터 35억원을 투자 유치에 성공했죠."

Q. 그런데 왜 서비스 종료를 했나요.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습니다. 앱을 운영할수록 벌어둔 돈을 까먹었죠. 시장에서는 트래픽이 났을때 재빨리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수십개의 수익모델을 테스트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트래픽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개발할지, 아니면 다른 서비스로 전환할지 갈림길에 섰죠. 그렇게 위피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Q. 데이팅앱은 레드오션이었는데요.
"네, 그 당시 아만다 등이 빠르게 성장중이었죠. 모씨 앱을 운영하면서 주목했던 점은 이성 만남이 목적인 사람들도 실제 만남으로 곧바로 이어지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남성보다 여성 유저들에게서 이 점이 더욱 중요하죠. 소개팅 말고 친구부터 되어보자는 접근방식을 내세웠습니다. 다른 앱들과 달리 서로 대화를 하는 시간을 더 길게 갖게 하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Q. 여심을 공략한 것이 통했군요.
"초기 목적과 달리 결국 친구를 찾지만 이성 친구를 찾는 플랫폼이 되더군요. 동성 친구 추천은 남녀 모두가 선호하는 기능은 아니었습니다. 남녀가 앱을 찾는 목적도 달랐습니다. 남성은 오직 데이트가 목적이었지만, 여성들은 오픈되어 있는 편한 관계가 목적으로 나타났습니다."

Q. 데이팅앱의 핵심은 남녀 성비인데요.
"여성 유저들이 좀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통했습니다. 위피는 남성 3 대 여성 1의 비율입니다. 타사 데이팅앱 중에서는 9 대 1 비율을 보이는 서비스도 있어 위피를 더 많이 찾기도 하고요. 사용자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위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신고제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Q. 소셜 디스커버리 1등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새해에는 위피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중입니다. 그동안 그룹 채팅 기능, 보이스톡 기능부터 최근 론칭한 플레이매치, 페이스배틀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여왔습니다. 추후에는 지역 기반의 맥락을 더 강화할 수 있도록 유저 취향 맞춤 필터를 고도화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Q. 데이팅앱 매칭 비결이 궁금하네요.
"취미보다 상대방과의 거리나 사진 퀄리티가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필을 보고 어떻게 점수를 매기는 것이 관건이죠. 알고리즘을 통해 서로 원하는 상대를 매칭시켜야 하니깐요. 자체 등급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같은 경우에는 여성들은 셀카를 많이 찍으니 이쁘게 나오는 각도를 잘 알죠. 친구들과 전신 사진도 많이 찍습니다. 하지만 남성들은 셀카를 상대적으로 안찍죠. 그런분들을 위해 사진 잘찍는 노하우와 가이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프로필의 정보 소개들에 따라도 매칭률이 변합니다. 프로필에 정성이 담겨야만 성공률이 높죠."

Q. 얼마정도 쓰고 있나요.
"평균 1인당 연간 2만원 정도 씁니다. 커피 네잔값에 평균적으로 친구 8명을 만날 수 있죠. 사람 만나는 성수기와 비성수기는 없지만 보통 여름과 겨울에 트래픽이 급증합니다. 봄과 가을에는 오히려 낮습니다."



Q. 작년 한해는 어땠나요.
"코로나 초기 매칭률이 확 떨어졌습니다. 대화를 하고 실제로 만나야하는데 코로나가 옮을까 오프라인 만남을 꺼렸죠. 지난해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했습니다. 올해는 엔데믹 시대로 만남에 대한 욕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 됩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위피 국내 1위 매출을 자랑하는 소셜앱 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해외 진출도 계획중입니다. 2019년 무모하게 시장 테스트를 했었습니다. 대만에서 초기에 성공을 거뒀습니다. 대만은 한국과 달리 선호 매칭이 다릅니다. 현지화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중입니다. 대만 진출에 성공하면 일본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양국은 문화 성향이 비슷하죠. 일본의 소셜앱 시장은 6000억원으로, 한국보다 약 3배 더 큽니다. 현재 일본 1위는 결혼매칭앱 '페어즈'입니다. 최근 틴더에 인수됐죠. 위피는 결혼 전에 사람들이 편하게 만나는 플랫폼으로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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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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