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일, 싱가포르 금융관리국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의 일부로, 미국 투자은행인 JP Morgan과 SBI Digital Asset Holdings 간의 디파이를 활용한 FX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거래는 디파이를 활용한 첫 크로스보더 거래(cross-border transaction)이자 은행이 최초로 발행한 토큰화된 예금(tokenized deposit)이 사용된 거래입니다.
이 거래 과정에서 JPM과 SBI가 왜 Polygon 네트워크를 사용했는지, 왜 AAVE Arc 프로토콜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VC(Verifiable Credentials, 검증 가능한 자격증명)을 사용했는지 등 관심 있게 지켜볼 다양한 부분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왜 JPM과 SBI는 굳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상품 대신 토큰화된 예금을 사용했는가입니다. 이를 고려하여 본 글에서는 이번 거래에 사용된 토큰화된 예금은 무엇인지, 스테이블코인과 어떻게 다른지, 토큰화된 예금이 가지는 장점들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시장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심한 크립토 자산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적은 가격 변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보장하는 방식으로는 법정화폐 담보 (USDT, USDC), 암호화폐 담보 (DAI), 알고리즘을 통한 방식 (UST, USDN) 등이 있으며, 현재 대다수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한 법정화폐 담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CoinMarketCap 기준 상위 4개 스테이블코인 (USDT, USDC, BUSD, DAI)의 시가총액은 약 $134B에 이를 만큼 크립토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CBDC: CBDC는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관리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과 함께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 중 약 86%가 자체 CBDC를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CBDC의 도입 형태와 세부 구조들은 아직 연구 중이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많은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토큰화된 예금: 토큰화된 예금은 말 그대로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에 사용할 수 있게 토큰화한 자산입니다. 은행의 예금과 형태만 다르고 모든 것이 동일하며, 토큰화된 예금 역시 은행의 부채로 인식되며 예금과 동일한 규제와 보호를 받습니다. 즉, 크립토 시대에 맞춰 탄생한 “새로운 화폐”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토큰화된 예금은 크립토 자산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교환 방법”에 중심을 둔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It is useful to make a distinction between “money,” the asset that is being exchanged, and the “exchange mechanism,” that is, the method or process through which the asset is transferred.”
은행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법적으로 정해놓은 담보물에 대한 규제나 공시가 따로 없기 때문에 지급준비금의 구성 요소에 대한 논란이 항상 존재합니다. 헝다그룹 파산 당시, 테더사가 헝다그룹의 어음을 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가 있었으며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변동성이 높은 크립토 자산을 지급준비금으로 들고 있는 것에 대한 안정성 논란이 있습니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사와 서클사가 자체적으로 예치금에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거래소에 대한 회계감사처럼, 별도의 기준이나 회계 방식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높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예치금 관련 정보 공개 (Proof of Reserve) 에도 불가하고 시장이 안 좋을 때마다 테더사의 지급준비금 논란은 끊임없이 생기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헤지펀드가 테더의 디페깅에 베팅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토큰화된 예금은 그에 반해 은행 예금과 동일한 규제와 보호를 받습니다. 은행의 경우 모든 단체를 통틀어 가장 규제를 많이 받는 단체이며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 또한 존재합니다. 미국 은행의 경우 예금에 문제가 생길 시 FDIC로부터 $250,000까지는 보호받으며 은행 자체에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앙은행이라는 “lender of last resort”가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와 보호장치의 차이는 신용도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채권시장에서도 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국채, 공채 다음으로 안전하다고 취급될 정도로 은행은 전통 금융에서도 가장 안전한 회사로 취급받습니다. 2022년 12월 기준, JPM은 Moody’s로 부터 A1 rating을 받았으며 이는 신흥국이라 불리는 브라질(Ba2), 인도(Baa3), 태국(Baa1)의 신용도 보다 높습니다. 비록 국가에서 발행하는 CBDC가 탄생할 경우 미국 은행의 신용도를 능가하는 크립토 자산이 나올 수 있지만, 설계 및 운영 방식에 구체화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상위 4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모두 과담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록 법적으로 정해놓은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율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많은 사건들을 거치면서 과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업계의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발표한 서클사의 준비금 구성요소를 보면 준비금의 100% 이상을 현금성 자산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토큰화된 예금이 스테이블코인보다 유동성 측면에서 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를 블록체인에 사용할 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100를 모두 락업(lock-up) 시켜야 하지만, 토큰화된 예금의 경우 $10만 락업 시키고 $90는 대출이나 다른 부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JPM의 Head of Blockchain인 Tyrone Lobban 역시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의 확장성을 이유로 이번 JPM과 SBI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 대신 토큰화된 예금을 사용했다고 언급했습니다. Lobban은 Defiant와의 팟캐스트에서 JPM의 하루 거래 규모는 현재 스테이블 코인의 총 시총보다 큰 약 $10T이며, 이 정도 규모의 안전 자산을 100% 묶어두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금융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 현재 잘 작동되고 있는 시스템을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변환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화 시대에 맞춰 돈의 형태가 종이 화폐에서 전자화폐로 넘어갔듯, 이번 과정에서도 새로운 돈의 탄생보다는 블록체인에 맞춰 토큰화된 형태로 바꿔 이미 잘 갖춰진 인프라를 레버리지 하는 것이 올바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전통 금융에서 쓰였던 상품들과 서비스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제도권으로의 편입이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JPM은 위 거래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세틀먼트 장점(atomic-settlemet)을 활용한 intraday-repo 서비스를 시험 운영 중이며 앞으로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해 전통 금융에서 쓰였던 상품들과 서비스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들은 더욱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Fiat to Crypto 방식이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엄청난 성장과 함께 시장 참여자들은 미래의 F2C 방식은 당연히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점들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토큰화된 예금이 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앞으로 나올 CBDC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기 때문에 F2C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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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to Labs 소개
프레스토랩스는 2014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아시아 최대 퀀트 트레이딩 기업으로, 일일 거래대금 3조원(글로벌 5위권 규모) 규모의 거래량을 자랑한다. 전통 금융은 물론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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