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2일 VCM(가치창조회의)으로 불리는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흉상 앞에 헌화했다. 서거 3주기(19일) 행사가 1주일 남았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였다.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할 키워드로 ‘창업정신’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신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86개에 달하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을 주문했다.
롯데그룹 주요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의 최대 고민은 낡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식품, 유통, 화학, 호텔&리조트 등 핵심 사업군이 모두 ‘과거형’이라는 얘기다. 신 회장이 올초 신년사에서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회사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또한 혁신하는 용기”라는 창업주의 어록을 다시 꺼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롯데 관계자는 “상시 위기의 시대에 롯데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 위기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것이 신 회장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은 과거형 비즈니스 모델을 미래형으로 바꾸기 위해 ‘실행력’을 강조했다. 지난해 설립한 롯데바이오, 롯데헬스케어 등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집중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경쟁력 없는 사업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라는 메시지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제과 대표로 LG생활건강 출신을 영입한 것만 해도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룹 모태라고 해서 미래가 불투명한데도 그대로 끌고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리조트 부문도 김해 스카이힐CC를 매각하고, 호텔과 리조트 법인을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들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함께 지난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유럽 등 해외 각지의 롯데 사업장을 점검한 바 있다.
신 회장은 회의 말미에 숱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롯데월드타워를 한국의 랜드마크 건축물로 만들어 낸 부친의 도전 정신과 열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라며 “변화와 혁신을 위해 도전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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