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치킨 프렌차이즈인 KFC의 국내 사업이 네 번째 주인을 맞았다. 맘스터치, 롯데리아, 버거킹, 맥도날드 등 경쟁사에 밀려 잃었던 존재감을 회복하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오케스트라PE는 KG그룹으로부터 KFC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KFC의 미국 본사인 얌브랜즈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에도 합의했다. 거래 금액은 600억원 안팎이다. 오케스트라PE는 반올림피자를 보유하고 있는 PEF 운용사다.
KFC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이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패스트푸드 경쟁사들과 토종 치킨 브랜드 사이에서 시장 지위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전국 매장 수는 190개로 맘스터치(1352개), 롯데리아(1330개), 버거킹(440개), 맥도날드(407개)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주인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1984년 옛 두산음료가 미국 본사와 합작해 종로에 1호점을 낸 게 시작이었다. 두산은 2014년 유럽계 사모펀드인 CVC캐피탈에 약 1000억원에 매각했고, CVC캐피탈은 2017년 절반 수준인 500억원에 KG그룹에 팔았다. 성장 둔화와 실적 악화로 기업 가치가 계속 떨어졌다. 2014년 6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0년 7억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2021년엔 46억원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부채 비율이 6600%를 넘어서 부분자본잠식에 빠졌다.
KFC의 실패 원인으로는 얌브랜즈와의 프랜차이즈 계약이 꼽혀왔다. 가맹점을 낼 수 있는 ‘마스터 프랜차이즈’가 아니어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매장 입지와 메뉴 등을 모두 미국 본사와 협의해야 해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케스트라PE는 얌브랜즈와의 협상을 통해 가맹점 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으로 수입원을 다양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도 인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시스템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얌브랜즈는 오케스트라PE가 KFC코리아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금도 대기로 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미국 본사와 이해관계를 일치시킨 셈이어서 KFC의 변화 가능성에 외식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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