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명절 선물세트의 미덕은 ‘대대(大大)익선’이었다. 내용물만큼 포장도 중요했다. 휘황찬란한 포장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선물세트 트렌드는 이와 반대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포장을 줄인 친환경 선물세트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프리미엄의 상징이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포장으로 승부를 걸던 백화점과 특급호텔의 선물세트 포장도 간소해지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은 올 설에 선물세트 포장재를 종이로 바꾼 ‘친환경 페이퍼 패키지’ 과일 선물세트를 2만5000개 준비했다. 플라스틱 소재에서 재활용이 쉬운 종이로 교체한 친환경 페이퍼 패키지 선물세트를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렸다. 과일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고정틀과 과일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캡 등도 종이로 만들었다. 선물을 받는 사람으로서도 명절이 끝난 뒤 쓰레기를 치울 때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이마트는 올해 수산·축산 선물세트에 ‘스티로폼 제로(0)’ 전략을 본격 도입했다. 냉장 축산 선물세트 중 약 40%인 15개 품목, 수산 선물세트 중 약 20%인 7개 품목 포장재를 스티로폼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 재질로 바꾼 것이다.
친환경 선물세트는 실제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기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친환경 포장지로 변경한 축산세트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4% 늘어났다.
이 선물세트에 들어간 한우는 일반 한우보다 사육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이 65%가량 적다. 롯데백화점은 이 제품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선물세트를 담는 보랭 가방도 재활용 소재로 제작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친환경 와인세트를 선보였다. 포도 재배부터 양조 과정까지 친환경을 고려해 탄소배출 0% 인증, 동물성 재료 미사용, 오가닉 인증 등을 받은 와인들로 구성한 선물세트다. 저탄소 농법으로 재배한 한라봉과 샤인머스캣 세트도 내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소비자들이 선물 구매 시 고급스럽게 포장된 선물세트의 선호도가 높았다면, 최근엔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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