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바로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업 성패가 걸린 적절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잘 쓰기도 참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300인 미만 사업장은 정상적 경영과 생산시설 가동을 위해 지금보다 더 필요한 인원(부족 인원)이 약 60만 명에 달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대기업은 장인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큰돈을 들여 자체 교육과정까지 운영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널리 퍼진 재택·유연근무가 다시금 회사 출근 근무로 바뀌면서 ‘대퇴사(Great resignation)’가 글로벌 트렌드가 된 것을 보면 인력 부족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얼마 전부터 생산가능인구마저 줄어들고 있다. 적절한 사람을 잘 쓰기도 어렵다. 한국 노동시장은 박물관에나 가야 할 정도로 낡은 공장법 잣대로 재단되면서 경영 위기로 인한 불가피한 인력 조정마저 어렵고,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특히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제아무리 합리적이라도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 더욱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영혼 없이 출근할 뿐’이라는 ‘조용한 사직’도 확산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 2년 사용제한, 대체근로 금지를 비롯한 노동규제도 사람을 유연하게 쓰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고용 기간이 2년에 다다른 기간제 근로자 중 약 70%가 ‘계약 만료’로 일자리를 잃은 점(2022년 상반기)을 고려하면, 2년 사용제한이 근로자에게 그다지 유리하지도 않다. 또 한국 노동법은 파업 시 대체근로를 막고 있어 노조는 이를 무기로 툭하면 파업하기 일쑤다. 심지어 학교 조리원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됐을 때 학부모가 자원봉사로 아이들에게 급식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돼 학교장이 형사처벌을 받는다.
일할 사람 부족, 노동시장 경직성을 비롯한 인력 문제는 한국 경제의 명운과 직결되기에 한시바삐 해결해야 한다. 그 시작은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이다. 먼저 원할 때 어디서든 일하면서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근로시간·임금 유연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학에 자율성을 줘 AI·빅데이터 등 빛의 속도로 변하는 산업 수요에 맞게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입시제도 개편이나 대학 구조조정, 방만한 교육 재정 운용 근절 등을 아우르는 교육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의 최대 화두가 ‘사람 중심’이었다는 뉴스와 한국에서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이 불법파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며 가슴 한편이 답답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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