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현악4중주단인 노부스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김규현(34)이 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해(33)와 함께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프로코피예프 & 쇼스타코비치’라는 연주회 부제가 붙었지만, 프로그램의 중심은 쇼스타코비치다. 1부에선 비올라로 편곡한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과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2부에서 쇼스타코비치의 비올라 소나타를 들려준다.
지난 13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규현은 “온전히 쇼스타코비치 곡으로 채우기에는 비올라로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이 부족했다”며 “고심 끝에 쇼스타코비치와 함께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을 첫 곡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발레음악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관현악의 풍부한 사운드가 일품이지만 비올라 편곡 버전도 매력이 있습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목관의 선율들을 비올라가 깔끔하게 연주합니다. 이어지는 쇼스타코비치 곡과도 잘 어울리고요.”
그가 쇼스타코비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우연히 집에서 아버지께서 틀어놓으신 교향곡 5번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전까지 모차르트의 화사하고 예쁜 음악에 익숙했던 제게 작곡가 특유의 우수에 찬 폭발적인 사운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어요. 이후 다른 작품들도 찾아 들으면서 쇼스타코비치에게 빠져들었죠.”
현악 4중주에서 베토벤의 17곡은 ‘구약 성서’, 쇼스타코비치의 15곡은 ‘신약 성서’로 불린다. 2021년 6월 노부스 콰르텟은 현악4중주단에게 베토벤에 버금가는 높은 봉우리인 쇼스타코비치의 전곡을 나흘 연속으로 모두 연주했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무척 힘든 경험이었지만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인생이 뼛속 깊이 새겨졌습니다. 작곡가가 남긴 유일한 비올라 소나타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됐고요. 이제 쇼스타코비치를 만난다면 몇 마디 대화는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3악장으로 구성된 비올라 소나타를 1975년 7월에 완성했고, 한 달 후인 8월 9일에 생을 마감했다. “그가 썼던 교향곡을 비롯한 여러 작품과 평생 존경했던 베토벤 작품까지 쇼스타코비치의 모든 음악적 요소가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인생 마지막에 다다른 대가의 깊은 내면적 성찰이 담겨 있어 복잡하고도 심오해요. 혼자 연습하다 보면 순간순간 작곡가를 영적으로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는 그가 28세(1934년)에 쓴 곡이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자신감이 묻어나는 곡입니다. 비올라로는 비올라로는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인데 첼로로 연주할 때보다 화려한 면이 좀 더 부각됩니다. 그림에 비유하면 비올라 소나타가 현대 거장의 추상화 같다면 첼로 소나타는 세밀한 부분까지 생생하게 표현한 풍경화 같아요.”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박종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2007년 입학)다. “학교 다닐 때 쇼스타코비치 3중주 등 실내악곡을 함께 자주 연주했어요. 힘이 넘치는 친구인데 음악적으로 저와 잘 맞습니다. 좋은 호흡으로 멋진 연주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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