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에 산 회사 1900억에 처분…롯데 '사상 최고의 M&A'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3-01-16 10:03   수정 2023-01-17 10:36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은 2009년 파키스탄 상장사인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을 147억원에 사들였다. 공장의 청산가치보다 저렴하게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 회사 상태는 나빴다. 낡고 정비되지 않은 설비에 실적도 들쭉날쭉했다.

롯데케미칼은 낡은 설비를 뜯어고치기 위해 수많은 한국인 엔지니어를 파견했다. 직원들은 무더운 날씨를 견디면서 파키스탄 공장을 정비했고 이 회사 기업가치도 뜀박질했다. 롯데케미칼은 이 회사를 인수 14년 만에 1924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인수가격에 견줘 12배 값에 정리한 것으로 롯데그룹 사상 최고의 인수·합병(M&A) 거래로 손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LCPL 지분 75.01%를 파키스탄 화학회사인 럭키코어인더스트리(Lucky Core Industries)에 1924억원가량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매각자금은 기존 석유화학 설비와 스페셜티·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LCPL은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중간 원료인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업체다. 2021 매출 4713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화학산업 비중을 넓히려는 사업전략과 맞지 않은 만큼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금(2조7000억원)을 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LCPL을 네덜란드 화학업체인 악조노벨로부터 147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직후 2011년까지 LCPL로부터 200억원이 웃도는 배당수익을 올리면서 인수대금을 전액 회수했다. 여기에 매입가 대비 12배에 달하는 매각차익도 올리게 됐다. 롯데케미칼이 그동안 이 회사에 투입한 투자비 상당액도 2011~2021년 배당금으로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CPL 거래에 매수·매각 주관사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롯데케미칼이 2009년 LCPL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삼일PWC회계법인이 매수 주관업무를 담당했다. 삼일PWC는 LCPL 매각 주관사로 나서 롯데케미칼의 성공적 매각을 뒷받침했다.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파키스탄 회사를 매각한 것은 최근 경제위기를 겪는 현지 사정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키스탄은 외환위기를 겪던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60억달러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작년 6∼9월 최악의 몬순 우기 폭우가 발생, 국토 30% 이상이 물에 잠기는 등 큰 수해를 입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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