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차례상에 전을 반드시 올릴 필요는 없다'는 성균관 유생들의 조언이 나왔다. 가족 간 갈등이 없는 행복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서다. 대신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공수(拱手) 등 올바른 세배 문화를 강조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함께 하는 설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해 추석 직전에도 간소화된 '차례상 표준안'을 선보였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떡국과 술잔을 포함해 10종 안팎이면 충분하다고 봤다. 위원회에 따르면 예법을 다룬 어떤 문헌에도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라는 표현은 없다. 과일 4~6가지를 편하게 놓으면 된다. 위원회 측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셔도 된다"고 했다. 여기에 육류, 생선, 떡 등을 추가하는 건 가족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장은 "지난 추석때 (차례상 간소화 방안으로) 본의 아니게 과일 생산하고 판매하는 분들께 폐를 끼친 거 같아 사과를 드린다"며 "차례상에 올려야 하는 과일 종류는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또 위원회 측은 "제례와 차례는 다르다"며 "제사상 간소화 문제는 유림과 국민을 묻고 연구해 오는 9월쯤 결과보고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전통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두 방향으로 다룰 생각"이라며 "종가 등이 지켜온 제례는 전통 문화 차원에서 오히려 보존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일반 국민에게는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종가 등의 의견을 모아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위원회 측은 올바른 인사 예절도 시연했다. '공수' 자세가 예의를 갖춘 인사의 기본이자 출발이라는 것이다. 양 손을 각 허벅지에 붙이는 건 일본식 인사라고 봤다. 세배를 할 때에도 공수를 한 후에 절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주먹을 쥐고 인사하거나 팔꿈치 인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에게는 고유한 공수 인사법이 있다"며 "유치원생들이 흔히 하는 '배꼽인사'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은 "남자는 왼손이 위에, 여자는 오른손을 위에 올리는 게 예법"이라며 "장례식장 조문 등 흉사에는 반대로 손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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